'수돗물 홍보-페트병 감축' 혼란
지난해 30개 지자체서 2300만병 생산
"과다생산, 환경오염 부추긴다" 지적
수돗물을 브랜드화해 페트(PET)병에 넣어 홍보해 온 지자체들이 정부의 1회용품 사용 자제 지침에 난감해하고 있다. 일단 수돗물 페트병 생산량을 줄이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12일 전국 지자체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0개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생산한 병입 수돗물은 3516만4786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00만여병을 생산한 수공을 제외하면 광역지자체 중에는 서울시가 602만병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인천시 319만병, 대구시 282만병, 부산시 246만병, 대전시 151만병, 광주시 81만병 순이었다. 기초지자체들도 16곳에서 병입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경기 안산시가 70만병으로 가장 많았고, 성남시 56만병, 남양주시 55만병, 부천시 49만병, 광명시 44만병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현재 기초지자체 10곳에서 병입 수돗물을 생산 중이다.
병입 수돗물은 지난 2001년 서울시가 '아리수'를 출시,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돗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비상급수용 지원 등에 활용해왔다. 병입 수돗물을 브랜드화해 지자체를 알리는 효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에서 재활용쓰레기 수거 대란이 불거진 뒤 환경부가 전국 관공서에 페트병 등 1회용품 사용 자제 방침을 내리면서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대부분 지자체들이 병입 수돗물을 홍보용으로 활용하면서 과도하게 생산량을 늘려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아리수'는 최근 3년간 총 1924만3540병을 생산, 이 가운데 1197만여병(62.2%)은 홍보용으로 썼다. 단수나 재해지역 비상급수 용도로 사용된 양은 약 3.5%인 67만여병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도 '미추홀 참물'을 지난해 1.8ℓ들이 23만3539병과 350㎖ 296만1200병을 생산했는데 단수나 재해지역 비상급수 용도로 사용한 양은 10%에 불과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생산한 '빛여울수' 81만여병 중 홍보용(350㎖)이 무려 76만3000병(93.3%)을 차지해 과다생산과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 등 해당 지자체들은 환경부 지침에 따라 페트병 생산량과 무게를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경기 안산시는 병입 수돗물 '상록수'를 70만병에서 65만병으로 줄이고, 무게도 21g에서 14g으로 줄이기로 했다. 페트병 용량도 250㎖와 350㎖ 두 종류를 생산해왔는데 350㎖ 만 생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전은 지난해 병입 수돗물 '잇츠수' 페트병 디자인을 공모했다. 친환경 경량물병으로 교체하고 라벨을 비접착식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공모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정부 폐기물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교체한 초경량·비접착라벨 물병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부산시는 30억원을 들여 병입 수돗물 '순수365' 생산설비를 증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증설공사가 완료되면 생산력이 5배로 증대된다. 부산시는 대규모 행사 등에 병입 수돗물 공급을 계속하되 개인용 물병 소지를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경우 유리병으로 교체를 시도했으나 재정부담 때문에 포기했다. 광주시는 내년에 열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문에 당분간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창현 의원은 "병입 수돗물이 수돗물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1회용 페트병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과다한 병입 수돗물 생산을 줄여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과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