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만 통금 시간 적용한다고?
대학기숙사, 과도한 통제
서울시, 인권실태 조사
대학 기숙사들이 학생들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여학생에게만 통금시간을 적용하는 등 인권 침해적 규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대학생을 아직도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격체가 아닌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대학생 기숙사의 운영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학생수 7000명 이상 기숙사 28곳과 공공기숙사 2곳 등 30곳 기숙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시가 기숙사들의 규정을 점검하고 학생들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인권 침해 요인이 다수 발견됐다.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기숙사가 출입통제 시간을 두고 있었다. 여학생에게만 출입제한시간을 적용하거나 규칙 위반 시 부모에게 출입전산자료를 보낸다는 규정도 있었다.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에는 자의적인 조항도 많았다.
기숙사 거주 학생들은 출입·외박 통제(26.5%)와 과도한 벌점제(13.2%)를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로 꼽았다. 특히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과 여대 기숙사생이 사생활 침해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남녀공학 학생은 24.3%, 여대 기숙사생은 36.1%가 출입 및 외박 통제와 벌점제도를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인권 침해를 더 심각하게 느낀다고 대답했다.
외박 사전신청, 기숙사 출입 규제, 1회 위반만으로 퇴사 가능 등 지나치게 과도한 관리 규정을 갖고 있는 기숙사들이 대다수였다. 같은 기숙사생의 벌점 행위를 신고하면 상점을 주거나 객실 내 위반 행위에 대해 룸메이트를 동반 퇴사시키는 조항도 있어 상호감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기숙사는 복장 불량, 관리자에 대한 무례한 행동 등이 벌점 기준으로 명시돼 있었다.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 단체 생활 부적응자 등 자의적인 중징계·퇴사 기준을 적용하는 곳도 있었다.
이같은 문제가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숙사를 제외한 주거 환경이 너무 열악해 퇴소 등 불이익을 당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스스로도 높은 입소 자격과 낮은 수용률 때문에 기숙사에 1년 이상 거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한 규정은 오히려 학생들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출입시간을 어겨 벌점을 받느니 차라리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시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청년 주거 전문가, 대학 행정직원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 올 연말까지 작성한뒤 관련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동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권의 질적인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며 "인권친화적 공동주거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