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2018-07-30 10:05:00 게재
송창영 한양대 교수

한반도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다. 보름 가까이 한반도 전역에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폭염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기록했던 1994년을 넘어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염으로 인해 이미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온열질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찜통더위로 가축과 농작물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축산농가 피해 신고를 집계해보면 폐사한 가축이 125만마리를 넘었으며, 피해액은 84억여원에 달한다. 이미 일주일 전 집계한 수치다. 문제는 기온이 내려갈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8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8월중순까지 무더위 지속될 가능성

재해연보를 살펴보면 태풍, 대설, 홍수 등을 포함한 기상재해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폭염’이 가장 많다. 1994년 폭염으로 인하여 33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2년 태풍 루사(246명)와 사라(768명) 등 국내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재난보다 단연 많다. 기간을 최근 5년으로 좁히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폭염을 제외한 모든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국(FEMA)에서 폭염을 재해 위험요인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도시별로 국지적인 기후특성과 주거환경을 고려해 각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폭염대응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기상청·보건보호청·국민건강보험이 협력해 폭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해당 보고서를 요약해 폭염 취약계층에게 제공하고 있다.

폭염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건강·산업·농축산업·어업 분야만으로 연간 3737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폭염이 전 세계에 미치는 경제적 비용이 2030년 무렵에는 무려 2조 달러(2283조원)에 달하며 아시아 지역의 피해가 제일 클 것이라는 UN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전국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아무런 통보 없이 지역별로 순환정전에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약 753만가구가 정전되는 등 6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폭염이 다른 자연재난에 비해 그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자연재난의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재난대응 매뉴얼도 없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몇 년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면서 정부부처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도 안전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먼저 예방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폭염은 단순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하나의 재난으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를 포함한 재난관리책임기관에서 폭염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각 지역 및 사업장별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폭염 대응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폭염의 피해는 안전취약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예방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폭염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으로 위협적 피해를 주고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경제·산업분야의 폭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에너지 수요·공급관리 등 산업별 적용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폭염은 재난, 사전대비 통해 국민 생명 보호해야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1994년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에도 유사하게 발생했다. 이제 폭염은 일시적인 기후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재난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딱 한번만 발생할 모든 사고에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해서도 이를 사전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옛날 조선시대에도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이었다. 지금부터라도 폭염을 재난의 하나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대비를 통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송창영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