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자주권, 종자박람회로 되찾자
다수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멀지 않아 도래할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식량이다. 이미 21세기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심각한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식량부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자전쟁이 꾸준히 예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먹거리 생산의 열쇠인 종자 공급력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이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골든씨드 프로젝트(GSP)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오늘 인터넷으로 금 시세를 확인해 보니 1g에 약 4만7300원 수준이다. 종자 1g의 무게가 금 1g 이상의 가치를 가지도록 하자는 골든씨드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파프리카나 토마토 종자 1g이 10만원을 훌쩍 넘고, 희소가치가 있는 흑색토마토 종자의 경우 1g에 최고 65만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 세계의 1%미만
그러나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현실은 어떤가. 국제종자협회(ISF)에 따르면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2002년에 약 247억 달러에서 2012년에 449억 달러로 10년간 약 2배로 성장하였다. 2020년에는 약 615억 달러로 예상되어 2012년 대비 40%정도 증가되어 해마다 약 5%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종자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1% 미만의 미미한 수준이다. 성장속도 또한 세계시장만큼 빠르지 않다.
돌이켜보면 과거 IMF 당시 우리는 종자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국내 5대 종자기업 중 4개가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미처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많은 국산 종자의 소유권이 외국기업으로 넘어 갔다. 지금도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절반을 외국계 기업에서 점유하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도 이때 외국기업으로 넘어가 지금도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먹고 있다는 사실은 웬만한 국민들은 이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외국기업의 종자시장 잠식은 우리의 종자주권을 약화시킴은 물론 로열티 규모를 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농가소득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소비자 물가를 올려 농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수하고 좋은 종자개발에는 오랜 연구시간과 막대한 개발비용이 요구된다. 민간업체에서 이 비용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이런 문제를 도와주고자 2016년 10월 전북 김제 일원에 민간육종연구단지를 건립하였다. 그뿐 아니다. 단지 내에 종자산업진흥센터를 세워 첨단 분석기기를 활용한 육종기술 지원, 해외마케팅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하여 꾸준히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종자산업 육성은 긴 호흡이 필요
종자산업 육성은 호흡이 아주 긴 사업이다. 그 기반작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GSP사업을 비롯하여 민간육종연구단지 건립, 국제종자박람회 개최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10월 23일이면 제2회 국제종자박람회가 전북 김제에 소재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다시 열린다.
돌이켜보면 작년 첫 국제종자박람회는 처음이라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했지만 준비기간이나 규모, 프로그램 내용 등 역부족인 부분도 많았다. 행사가 끝난 후 성과분석과 더불어 다양한 지적사항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종자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는 앞서 지적된 부분을 충분히 고민하고 검토하여 가능한 부분은 고치고, 어려운 부분은 대안을 찾아 부지런히 2회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불과 두 달 남짓 남는 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각오다.
주권이 없으면 주인이 될 수 없다. 주권에는 영토주권 외교주권 문화주권 식량주권 등 다양한 개념이 있다. 열거한 모든 주권이 다 중요하지만 종자주권도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종자주권은 종자를 공급하는 쪽과 소비하는 쪽 사이의 권리관계로 정의될 수 있다. 과거 IMF 당시 우리는 종자공급자로써의 권리를 잃어버렸다. 이제 종자박람회의 성공개최를 통해 종자공급자로써의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온전히 우리 종자주권을 되찾아올 시간이다.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