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 탄핵 때 수준으로 후퇴

2018-08-28 11:03:35 게재

정권교체후 상승하다가 최근 몇달 급속히 떨어져

주택가격전망만 크게 올라

소비자심리지수가 정권교체 이전 탄핵정국 수준으로 후퇴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전망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어서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가격 폭등을 반영한 듯 주택가격전망지수만 유독 크게 상승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8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달(101.0)에 비해 1.8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장기평균치인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96.3)이후 1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이 지수가 장기평균치인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지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확정된 지난해 3월, 100 이하를 밑돌다 이후 상승기조로 돌아섰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107.7) 크게 상승해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소비자심리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이 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11월(112.0) 최고치를 보인 이후 올해 들어 계속 하락했다.

세부적인 소비자동향지수도 최악이다.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현재생활형편지수'도 89로 7월(91)에 비해 2p 하락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70을 가리켰다. 지난달(77)에 비해 무려 7p나 떨어졌다. '향후경기전망지수'도 82로 전달(87)에 비해 5p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2p)과 금리수준전망(3p)도 각각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는 상승했다. 특히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전달(98)에 비해 11p 상승했다. '물가수준전망지수'는 2p, 임금수준전망지수도 3p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용지표의 부진과 생활물가의 상승,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에 따른 주가하락 등이 영향을 미쳐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이달 중순 채소가격은 일주일 새 15.1%가 뛰었고,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겹쳐 냉면과 삼겹살 등 외식메뉴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대외적으로는 미중이 무역전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달 들어서도 치고받기를 지속했고 터키발 악재로 일부 신흥국 금융 불안이 불거져 우려를 키웠다.

소비자심리지수 악화가 실제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조사에 따르면 CCSI는 실제 소비보다 1분기 정도(3개월) 선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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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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