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봉사자로 참여하는 주엽커뮤니티센터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 강좌’ 현장

“할아버지, 할머니 스마트폰 어렵지 않아요. 저희가 알려드릴게요!”

2018-09-06 14:28:21 게재

지난 8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주엽커뮤니티센터 강의실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어르신과 학생들로 북적였다. 바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스마트폰 활용 강좌’가 있는 날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지역의 어르신들이 모였고 옆에서 열심히 설명하는 이는 신일중학교 봉사 동아리 RCY(알씨와이) 단원들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르쳐 드릴 수 있어 보람되다는 학생들과 손주 나이 학생들이 잘 알려주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어르신들. 세대 간의 단절이 늘고 있는 요즘 스마트폰 하나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훈훈한 그 현장을 찾았다.



매달 이루어지는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 강좌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 강좌’는 지난해 말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전 주엽커뮤니티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이는 주엽역 인근에서 KT 직영 대리점을 운영하는 백종우 씨다. 지난 10월 말 주엽커뮤니티센터가 개관하면서 센터를 알리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이면서 주민 센터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 수업을 하는 백종우 씨가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백종우 씨는 “18년 동안 KT에서 근무하면서 강사나 멘토에 대한 꿈이 있어 ‘파사모(파워포인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파워포인트와 프레젠테이션을 서로 알려주는 자발적 공부 모임을 운영했었고 이화여대 최고 명강사 과정을 공부했다”고 말하며 “주변에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이 많고 지역에 기반을 두는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학생 봉사자들에게 일대일로 배우는 시간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수업은 처음에는 앞에서 설명하고 그 이후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대일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백종우씨는 딸아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일중학교 학생들 몇 명이 수업에 투입되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과 효과가 좋아 올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일중학교 봉사동아리 RCY 단원들이 돌아가며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옆에서 학생들이 천천히 알려드린다면 어르신들이 더 부담 없이 쉽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백종우 강사)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스마트폰을 켜고 와이파이를 잡는 방법부터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고 공유와 복사하기, 사진이나 동영상 첨부하기와 선물하기 등과 같은 카카오톡 활용법과 네이버 지도와 내비게이션의 사용법, 개인별 알고 싶은 내용까지 어르신들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스마트폰 기능을 백 강사의 설명과 학생들의 일대일 지도로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손주 같은 학생들이 잘 알려주어 많은 도움 돼 
처음 4명으로 시작한 수업은 갈수록 인원이 늘어 현재는 2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봉사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었다.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무엇보다 설명을 듣고 직접 연습할 때 옆에 있는 학생에게 잘 모르겠고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는 반응이다. 봉사자로 참여하는 학생들 또한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알려드리는 게 좋을지도 알게 되고 열심히 배우시는 모습과 그 열의를 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고 알려드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 강사는 “처음에는 반복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여러 번 묻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좀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모두 열심히 임하고 있고 ‘집에서는 스마트폰 한다고 매일 구박만 받는데 스마트폰으로 봉사할 수 있어 뿌듯하고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께도 가르쳐드릴 수 있겠다’라고 쓴 어느 학생의 감상문을 보고 생각지 못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수업은 앞으로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계속 진행될 예정이고 이번 달 수업은 9월 29일 토요일에 열린다. 봉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중학생 이상)은 카페의 공지사항을 참고해 센터로 신청하면 되고 어르신들이 수업 참가비로 내는 천원은 장소 대관비와 음료수 제공 비용으로 쓰인다.

Mini Interview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사업장 홍보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좀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갈수록 능숙하고 변화된 태도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고 어르신들은 학생들에게 고마움과 칭찬의 표현을 많이 해주십니다. 스마트폰이 대화를 단절시키고 소통을 없앤다고 말들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소통하게 하는, 세대를 이어주는 도구가 되고 있어 생각지 못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 백종우 강사-


“처음에는 학생들은 몇 번 만지면 다 알게 되는 것들을 어르신들께는 기초적인 것부터 아주 천천히 알려드려야 하기 때문에 좀 힘든 점이 있었지요. ‘우리에게는 쉽지만, 어르신들께는 어려울 수 있구나’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설명을 더 자세히 천천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세대 간에 서로 이해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고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해 주셔서 저희가 뿌듯함을 느끼며 마음을 열고 계속해서 봉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학생들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봉사의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일중 RCY 단장 3학년 백서현 학생-


“정보화 시대에 맞춰 스마트폰 사용이 날로 급증하는데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봉사에 참여하면서 요즘은 세대 간에 교류가 많지 않은데 어르신들이 모르는 부분을 젊은 세대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잘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지요. 봉사 인원이 많지 않아 어떤 날은 일대일로 알려드리지 못할 때가 있는데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서 좀더 좋은 환경에서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신일중 3학년 윤대녕 학생-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최근 스마트폰을 사셔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 많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다른 할머니와 할아버지께도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상태라 알려드리는 게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가 생겼지요. 알려드린 것을 잘 이해하시고 혼자 하시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즐겁고, 보람됩니다. 간혹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많이 물어보는 것을 미안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궁금하신 것을 모두 물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일중 2학년 조현빈 학생-


“지속적이고 보람된 봉사를 하고 싶어 참여했어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이렇게 배우고 싶어 하시는지 놀랐고 또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2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끝나면 정말 고마워하시며 등도 두드려주시고 이름도 물어봐 주시고 하셔서 매번 뿌듯합니다. 어르신들이 궁금한 게 스마트폰 사용만이 아닐 것 같은데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저희 학생들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넓혀서 도움을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백양중 2학년 유규희 학생-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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