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이종환(삼영화학공업 명예회장), 탈세로 집행유예
탈루액 장학재단으로 유입
차명주식에서 허위매출도
재판부 "선고유예 안 돼"
국내 합성수지 산업 1세대로 불리는 이종환 삼영화학공업 명예회장이 탈세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조세탈루 혐의로 기소된 이종환 명예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2억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징역형에 대해서는 3년간 형을 유예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00일간 노역장에 유치하기로 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영화학공업 법인에 대해서는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세 질서를 어지럽히고 부담을 일반 국민들에게 떠넘겨 조세정의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이 명예회장은 관정이종환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벌여왔다. 회사 경영에는 2013년쯤 손을 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학재단의 운용기금은 8000억원이 넘어 동양 최대로 꼽힐 정도다.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인 대주주이거나 특수관계인과 함께 기업 주식 3% 이상을 소유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인과 직원 명의를 빌려 주식 상당수를 분산, 보유하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11~2012년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35억원을 포탈했다. 검찰과 세무당국은 25명의 차명계좌 46개를 찾아냈다. 이 주식은 회사가 아닌 재단 직원이 도맡아 관리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시로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PVC 부산물을 거래처에 판매하면서 매출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고 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 받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포탈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 명예회장 측은 포탈한 세금을 일단 납부한 뒤 탈루 세금은 상당부분 장학재단에 쓰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부 기부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금거래가 많아 조세포탈액 전부가 재단에 기부됐다고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세 포탈 방법이 나쁘고, 재단 기부를 위한 필수적 방법이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면서 "세무관서와 조세액에 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어 포탈조세를 최종적으로 납부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회장 측은 이어 "남은 재산만으로는 예상되는 벌금 전액을 납부하기 어려워 고령의 피고인이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선고를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거액 자산가 범행에 대해 범행경위와 선행 등을 이유로 필요적으로 부가돼 있는 재산형인 벌금형을 선고유예하는 것이 적정한 형벌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적정한 처벌을 받는 것이 혹시 모를 비난으로부터도 피고인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회장 측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