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재 붙잡는 일본, 노동력 부족 해소될까
닛케이아시안리뷰 "국가적 차원 노력 … 각국 경쟁 치열"
일본 남쪽 섬 규슈의 온천도시 '벳푸'가 아시아의 젊은 인재와 스타트업들을 불러들이는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NAR) 최신호가 전했다. 벳푸 사례는 아시아의 인재를 불러들여 경제 성장을 꾀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집약돼 있다는 지적이다.
NAR에 따르면 태국 출신의 23살 비디오제작 일을 하는 캄크허드는 야심을 품고 벳푸로 건너온 아시아 젊은이 중 한 명이다. 영어에 능숙한 그는 지난해 4월, 재학중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 대학(APU)에서 만난 베트남 친구와 함께 비디오 제작사를 차렸다. 회사명은 '스테키',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려는 일본 기업을 위해 홍보영상을 만드는 곳이다.
캄크허드는 NAR에 "우리는 APU에 재학중인 많은 아시아 학생들과 연결고리를 갖고 때문에 일본 기업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우리는 많은 나라의 언어로 홍보영상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시각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쇠락하고 있었던 벳푸는 일본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첫 착륙지로서 역할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웃으로, 시간제 노동자로, 지역기업의 미래 노동자로 아시아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과 노동자들에 대한 열린 정책은 아베 신조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2012년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2017년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7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7년 아베 정부는 '일본 그린카드제'를 도입했다.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에서 약 1년 동안 거주할 경우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전 세계 각국의 정보통신 엔지니어와 투자자, 기업인을 끌어들이려는 취지다. 금융과 기술혁신의 글로벌 허브를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었다.
지난해 12월 일본은 외국인 생산직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법안을 사상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14개 업종에서 최대 5년까지 일할 수 있다. 조건은 적절한 일본어 구사와 기술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고숙련 노동자들은 5년 기간 이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의 야심 있고 근면한 노동자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게는 일종의 선물이다. 특히 농업과 건설 부문에서 외국인 인재를 간절히 바란다. 산업에 생기를 줄 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이 자국을 넘어 아시아의 넓은 시장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평가다.
사상 첫 외국인 생상직 근로자 손짓
일본 경제는 지난해 7~9월 3분기 동안 연간 기준으로 2.5% 축소됐다. 경제의 하락 모멘텀, 약화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가 2020년쯤 500조엔의 경제규모를 600조엔 규모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는 실현이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해 일본 경제는 550조엔 규모였다.
커다란 걸림돌 중 하나는 역시 인적자원 부족이다. 홍콩 HSBC 아시아 이코노믹스 리서치장인 프레데릭 노이만은 "일본의 고용 속도는 최근 더 둔화됐다"며 "비어있는 일자리를 채울 노동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인력 증가가 일시적일 수는 있지만,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구조적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높은 공공부채,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정부는 여성과 노인을 일터로 불러내려 노력하지만,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구직자와 일자리 비율은 1.64였다. 즉 100명의 구직자가 있다면 비어 있는 일자리는 164개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44년래 최고치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즉각적 필요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일본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입한다. 일본과 출신국을 잇는 가교역할도 한다.
30세 중국인 노동자인 송타오는 구마모토에 위치한 무역회사 마루비시에서 해외 경영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출신은 그는 APU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3년 마루비시에 입사한 그는 중국과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위치한 지사들을 돕고 있다. 마루비시는 곧 인도네시아와 태국에도 진출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개방적 인재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높은 실업률 압박을 해소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한국 실업률은 지난해 8월 기준 4.2%였다.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후 실업률이 다소 하락했지만, 대학 졸업생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여전히 애를 먹는다.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환영하고 있다.
실업률 높은 한국, 일본 정책 환영
한국 정부도 이들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향후 5년 동안 1만명의 젊은이들을 일본에 취업시키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8월에는 전국경제인연합이 일본에서 일할 젊은이를 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일본어 교육은 물론 여행업과 항공업에 특화된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지원자 대비 일자리는 0.65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2만4125명이다. 연초 대비 14% 늘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구직이 쉽지 않다. 일본에 있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언어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기업이 원하는 능력과 졸업생의 기량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서 모두 일본에서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무직 노동자 비자는 배우자와 자녀만 대동 가능하다. 부모는 제외된다. 많은 이들이 결국 가족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생산직 노동자, 견습생들에겐 규정이 더 엄격하다.
때문에 젊은 인재들은 일본이 아닌,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 내 인재 구하기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6월 기준 137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보유중이다. 전체 인구의 46%를 차지한다. 태국은 5.2%, 한국과 일본은 각각 2.3%, 1.8%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는 영어 공용 환경에 교육제도가 우수하고 공공 교통이 편리하다.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 인재를 찾는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6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글로벌 인재가 선호하는 나라 1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29위, 한국은 33위에 그쳤다.
NAR은 "일본의 경우 삶의 질과 급여가 높다는 점이 글로벌 인재의 구미를 당기고 있지만 중국이 재빨리 추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