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28) 이성민 엠텍비젼 대표
세계 1등 벤처신화의 부활 노래
2019-07-22 15:21:59 게재
휴대폰 카메라칩 세계 1위, 키코 피해로 추락 … DSMS(운전자상태감시시스템)로 재기 다져
벤처신화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발목이 잡혔다. 매출 2000억원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키코는 세계 1위 기업을 몰락시켰다. 상장도 폐지됐다.
국가에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오히려 '환투기꾼'으로 몰아갔다. "환투기 했으면 처벌 받을테니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요구에도 국가는 침묵했다. 키코계약으로 은행이 가져간 액수는 무려 1000억원이 넘었다.
키코피해로 망가진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데 10년이 걸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다. 380명에 이르던 직원도 40명으로 줄었다. 매출과 직원이 키코피해로 1/10으로 줄었다.
세계 1위의 자존심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 다시 일어서 국가경제를 일으키는데 한몫을 담당하고, 국가에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싶어서다.
엠택비젼과 창업자 이성민 대표의 삶의 궤적이다.
"2009년 키코계약 전까지 현금이 500억원 가량 있었다. 영업이익으로 매년 100억~300억원 가량을 벌어 온 회사였다. 수출비중이 90%였던 벤처기업이 환파생상품으로 갑자기 망가졌다."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기업성장센터 내 엠텍비젼 본사에서 만난 이성민 대표는 키코문제를 먼저 끄집어냈다.
엠텍비젼은 이 대표가 1991년 창업한 카메라 모바일 IC(집적회로), 반도체 전문회사다. 그는 LG에서 반도체 개발을 담당했다. 평소 관심있던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위해 창업했다.
엠텍비젼의 첫 작품은 착탈식 MP3 카메라였다. 당시 유행하던 MP3와 디지털카메라를 접목한 것이다. 2001년 세계 최초 휴대폰용 VGA 카메라칩 개발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30만화소 CCP(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 출시(2002년), 세계 최초 오디오 DSP(디진철신호 처리장치) 내장 CCP 출시(2005년), WLP( 실리콘 웨이퍼에 구멍을 내고 LED 칩을 넣어 패키징하는 방식) 기반 세계 최소형 CCP 출시(2006년) 등을 이어갔다. 2008년에는 휴대폰용 IC(집적회로) 누적 3억개 출하를 달성했다.
그는 "1990년대 시절 하드웨어 방식의 PC 카메라는 엠텍비젼이 처음이었다. 당시 광고카피로 유명했던 '걸면 걸리는 걸리버' 폰에도 엠텍비전의 카메라칩이 들어갔다"며 회상했다.
매출도 급성장했다. 창업 첫해 2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이후 20억원, 37억원, 70억원으로 빠르게 늘더니 564억원, 1680억원, 1800억원까지 늘었다.
엠텍비젼의 카메라 칩은 삼성 LG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회사에 납품했다. 회사는 반도체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과 딥러닝도 준비하고 있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였을까. 키코상품을 계약하면서 벤처신화는 꺼지기 시작했다.
"키코계약은 대표이사인 내 사인도 없이 이뤄졌다. 직원들은 키코가 환헤지상품인 줄로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키코는 환헤지상품이 아니라 환투기상품이었다." 이 대표는 얼굴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가의 태도는 그를 더 실망시켰다. "국가는 기업들을 육성하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엠텍비전 같은 수많은 회사들이 키코라는 상품 하나로 망가졌는데도 국가는 한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술개발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 한 데는 국가를 위한다는 사명감이 한켠에 있었다"며 "내가 이 나라 기업인지 정말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가 다시 국가경제를 위해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 '운전자상태 감시시스템'(DSMS)으로 다시 벤처신화 도전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내에 설치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이나 얼굴 등 상태를 포착해 졸음 여부를 판단,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그동안 기술투자를 통해 확보한 700여건의 특허가 기반이 됐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능력과 시간을 최대한 투자해 회사가 얼마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고 직원들과 의기를 다졌다. 성장의 과실도 모두 나눠갖자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엠텍비젼이 성장해 어려운 시기에 국가경제에 도움을 줘야 되지 않겠나"며 웃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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