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 비준 정부안에 노사 모두 반발

2019-07-31 11:24:12 게재

노 "기준 못 미치는 개악안"

사 "노동자에게 편향된 안"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마련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반발했다. 노동계는 노동권 보호라는 ILO 기본협약 취지와 동떨어지고, 국제노동기준에 크게 못미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도 "대립과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 문화를 무시하고 노동계에 편향된 안"이라고 반대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제98호의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3개 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고용노동부는 30일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올해 4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 최종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개정하는 정부 입법안을 발표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31일부터 9월 9일까지다.

고용부는 공익위원 권고안을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면서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 잡힌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부 입법안은 ILO 기본협약에 한참 미달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라며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 추진을 중단하라"며 "이대로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인다면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헌법으로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을 축소하고 ILO 기본협약 비준을 핑계로 경영계 요구를 끼워 넣은 의견을 '균형 잡힌 대안'이라며 법 개정안에 포함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사업장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2년→3년) 등 ILO 기본협약 비준과 상관없는 내용이 포함된 '개악'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개정안 내용을 두고도 "실업자·해고자의 결사의 자유, 노조 임원 자격, 전임자 급여,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 등은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부 법 개악안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안일 뿐"이라며 "정부 노동정책은 파탄났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정부가 대립과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 문화를 무시하고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총은 "정부안대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보다 강화되고 활성화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정부 입법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선진화해 나가야 하는 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고려가 미흡할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노사 입장이 균형되게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경영계는 전반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