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말하는 게임중독
"게임 자체가 아닌, 잘못된 이용이 문제"
탁틴내일 '청소년들의 탁트인 이야기-게임낙락' … 복지부 "민관협의체서 논의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뒤 게임중독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탁틴내일은 아이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청소년들의 탁트인 이야기-게임낙락' 토론회를 마련했다. 2일 서울 광화문 내일신문 빌딩에서 열린 행사에는 게임이용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행사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탁틴내일,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스승과 제자 모임(GSGT) 등이 함께 주최했다.
◆"게임은 하나의 언어, 절제력이 필요해" = 김유현 학생(청량고 3학년)은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나 친목도모, 간접경험 등 장점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중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며 "'부모님이 대학은 간 뒤에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으면 해라'라고 해서 참고는 있는데, 가끔은 학원시간 등을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여유롭게 하고 싶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유현 학생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최소 챌린저(상위 200명)에 속하기도 할 정도로 게임을 잘한다.
김수용 학생(동탄국제고 2학년)은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게임 종류나 관련 용어를 모르지 않는다"며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청소년 세계에서 게임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하나의 언어이자 매체라는 소리"라며 "게임을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윤섭 학생(서울시립대 경영학부)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청소년일 때보다 대학생이 된 뒤 확실히 PC방을 덜 가게 됐다"며 "고등학생 때는 게임 밖에 할 게 없었지만 대학생이 되니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희 탁틴내일 이사장은 "화투는 우리 민속문화로, 그 자체를 중독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돈에 집착하고 가정이 파탄날 정도로 화투를 할 때 중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 "게임 자체를 문제 삼는게 아니라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은 채 게임만 한다면 사회가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준 모호? 게임뿐만 아니라 마약도 비슷" = 이날 토론에서는 게임중독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영서 학생(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은 "WHO의 게임중독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윤섭 학생은 "WHO는 게임뿐만 아니라 마약, 담배 등에 관한 분류도 한다"며 "다른 영역을 살펴보면 기준이 모호하다고 얘기는 할 수 있는데, 왜 게임만 언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기완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건연구관은 "WHO의 결정은 게임을 잘못 이용하는 행동을 질병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게임은 육성해야 할 산업인데, 부작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보건연구관은 "게임업계와 의료계 간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5월 25일(현지시각) WHO 제72차 총회 B 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2022년 1월 발효가 확정됐다. WHO는 △게임 통제 능력 손상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중독'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12개월 이전이라도 게임이용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게임이용장애는 ICD-11에서 '6C51'이라는 코드로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