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개혁 좌초 위기감에 시민들 다시 촛불 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동훈 반부패부장 통해 조국 수사 지휘 … 신속처리법안 통과후 조국 장관 물러날 가능성 있어
서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형사법 전문가다. 2일 경희대 법전원 교수실에서 서 교수를 만나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서초동 촛불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시민들이 적절한 시기에 촛불을 들었다. 촛불시민이 문재인정부에 요구한 첫 번째 과제가 검찰개혁이었다. 그런데 적폐수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대법원장·경찰청장까지 구속하면서 검찰의 힘이 너무 커졌다. 검찰이 적폐청산의 대상이었는데 주역으로 거듭났다. 검찰개혁의 기회를 놓쳤다.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검찰의 정보를 받아 사실인양 기사화해 청와대가 수세에 몰렸다. 시민들이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검찰개혁을 비롯한 정부의 개혁작업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그래서 촛불을 든 것이다.
■ 정부가 검찰개혁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그렇다. 청와대 경험이 갖는 오만함 때문이다. 세상위에 올라 서 있는 줄 안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청와대에 머리를 조아리면 근거없는 자신감과 오만감이 생긴다. 검찰을 언제든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부심으로 시기를 놓쳤다. 적시에 철저하게 검찰개혁을 하지 않은 업보를 지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조국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하려하자 특수부 검사를 중심으로 핵심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 촛불시위 직후 대통령이 검찰의 자체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검찰은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를 발표했다.
알맹이가 없다. 지방 특수부는 유명무실한데 없어도 그만이다. 실제로는 현 특수부를 유지한다는 것이고, 없앤다는 포장만 한 것이다. 특수부는 과거 대검 중수부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청와대나 정치권의 하명 수사를 많이 했는데, 일반 사건에 비해 중수부가 기소한 것이 무죄율이 상당히 높았다. (서영교 의원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중수부 기소 무죄율이 다른 사건에 비해 26.7배나 높았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 때문이었다. 지금도 대검에 반부패부장 자리 만들고,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한동훈부장을 통해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 외부 파견검사 복귀방침도 밝혔는데
파견 검사 복귀는 진작 했어야 한다. 검찰개혁위원회에서도 지난 해 권고한 것인데 뭉개고 있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것이 자발적인 개혁인가. 검찰은 외부에 검사를 파견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보내, 검찰의 이해관계와 부딪히는 입법 활동이나 행정결정이 내려지는지 미리 탐지하고 검찰청에 의견을 전달해 사전 조율해왔다. 법률전문가가 필요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면 된다. 검사를 파견 받을 필요가 없다.
■ 검찰이 수평적 내부문화 조성방침도 언급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검찰청법에서는 없어졌지만, 결재 승인 제도 등을 통해 상급 검사가 하급 검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단기간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선 평검사들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상층부에 이를 전달할 수 있는 '평검사 회의'의 정례화 등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각 지청별로 평검사 회의를 열어 조직의 잘못된 점을 과감히 지적하고 쇄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평검사 대표들과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대검찰청이 밝힌 개혁방침을 평가한다면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조치는 검찰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 진작에 없어졌어야 할 특혜였을 뿐이다. 차관급인 검사장 수를 지금보다 10분의 1로 줄이고, 평검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직급인 3급으로 임명되는 특혜도 과감하게 내려놓는 등 겸손하게 다 내려놓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 패스트트랙 법안에도 검찰 특수부를 유지하고 있다.
적폐 수사 진행 상황에서 검찰 특수부를 한번에 없애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특수수사의 일부 기능을 살려두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제한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과 법무부가 검찰의 특수수사 총량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검찰의 힘은 사실 조서에서 나온다. 피의자를 불러서 회유·협박·공갈을 하든, 가족과 친지를 건드리든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 조서에 그것이 담기고, 피의자가 서명날인 하는 순간 유죄로 끝난다. 99퍼센트 사건에서 자백이 담긴 검사 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다.
우리 재판이 공판중심주의로 가고 자백을 위한 강압 수사를 없애려면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을 날려야 한다. 법관들도 재판부담이 다소 발생하긴 해도 조서 없는 재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어떻게 보나.
압수수색을 70여곳이나 했다. 부패척결을 사명으로 삼는 검찰이 조 장관 한명을 낙마시키기 위해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를 투입한 것은 검찰권 남용이다. 사태가 지나고 나면 법무부는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부의 적폐청산을 하나도 안하다 보니 잘못된 수사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 정경심 교수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데
마녀 사냥이다. 검찰은 공소장으로 얘기해야 한다.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공소장을 보면 확인도 안 된 사실을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언론에 확인되지 않은 것을 흘리고 언론도 받아써 감내하기 어려운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언론과 검찰의 테러다.
■ 위법 의혹이 있는데 검찰이 가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수사를 하되, 상당한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것에 대해 적법절차와 인권을 지키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수사를 하라는 의미다. 지금처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검찰이 언론에 흘리고 심각하게 명예를 침해하는 식의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조 장관도 검찰 수사를 떳떳하게 받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 검찰개혁은 조국 장관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나.
맞다. 꼭 조국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조 장관이 적임자고 그 보다 검찰 개혁 잘 할 사람은 없다. 조 장관은 젊은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연구했고 용감한 발언도 많이 했다. 서슬 시퍼런 시절 검찰을 공개적으로 욕한 사람이 거의 없을 때도 그는 했다.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하면서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을 만들었고,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식견이 뛰어나다.
■ 조 장관의 사퇴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조 장관을 기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버틸 것이다. 검찰은 나중에 무죄가 나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조 장관에게 검찰이 하는 것을 보면 (조 장관 대신) 누가 와도 검찰이 그를 털었을 것이다. 검찰이 적극 공세에 나온 시점에서 조국이 사퇴를 하게 되면 현 정부의 개혁 동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대통령이나 조 장관이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 하면 다음날이라도 미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사람이다. 신속처리법안이 통과되면 연말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