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 폐기물 해법 패러다임 바꿔야
1907년 베이클랜드가 페놀수지를 합성해 탄생한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젊고, 매력적이며 혁신적인 소재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플라스틱은 ‘신이 내려준 20세기 선물’로 찬사를 받으며 현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일상에서 첨단 우주항공분야까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 세계는 플라스틱 아일랜드와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종말론적 신드롬에 빠져 있다, 환경론자는 ‘신의 선물이 아니라 저주’라고까지 주장한다.
플라스틱 포장·용기는 제품 운송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크게 저감시키고,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의 삼림을 보호하며, 식품보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혈액 팩이나 1회용 주사기 사용이 소중한 생명을 연장시키고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끼친 공로는 한 순간에 잊혀졌다.
우리와 다른 선진국의 해법들
세계 플라스틱제품 생산은 2017년 3억4800만톤으로 1950년 이후 연평균 8.5% 성장하고 있다. 2018년 국내 합성수지생산은 내수가 580만톤으로 1992년 280만톤에 비해 200%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플라스틱폐기물은 1996년 272만톤이 배출되어 그중 106만톤이 재활용되었고, 2017년에는 300% 늘어난 791만톤이 배출되어 61%인 489만톤이 재활용되었다.
우리 정부는 폐기물 관리를 위해 1992년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합성수지에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고 1995년에는 쓰레기종량제와 분리수거를 시행하였다. 2003년에는 부담금을 플라스틱제품으로 변경하고, 용기,포장재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하였다.
EU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활용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일회용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EU 플라스틱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포장폐기물 재활용률은 2010년 64%에서 2016년에는 67%를 넘어섰다.
가까운 일본은 ‘재활용선진국’이다. 2017년 일본은 국내의 두배인 1102만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그중 775만톤을 재활용하였다. 처리처분 단계에서의 재활용률이 86%에 달한다, 국내와 다른 점은 물질재활용은 23%에 불과하고 열과 에너지회수나 화학적 처리방법이 62%나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42종으로 분류하는 ‘분류배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물질재활용률이 20%대에 불과한데 재활용이 잘된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이유는 명료하다.
첫째 효율성의 문제이다. 세계 석유채굴양의 단지 4%만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나머지 96%는 수송 난방 발전 등에 사용된다. 즉 석유에서 플라스틱으로 1차 효용을 얻은 후에는 다시 본연의 용도인 에너지 난방 발전에 사용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둘째는 비용대비 효과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 열과 에너지로 이용할 때 보다 높은 비용과 2차 오염 및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의 성상과 폐기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 배출단계부터 분류 과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처리 주체이다. 세계적으로 쓰레기 처리는 정부의 책임이다. 우리는 쓰레기종량제 시행 이후 많은 부문이 민간에 의존되어 왔다, 영세성과 낮은 기술력, 시장의 부족이 ‘폐비닐 사태’를 불러왔다.
전문가와 함께 과학기술 수용해야
문제의 핵심은 폐기물 정책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전문가의 부재다. 플라스틱을 알고 이해하기 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학적 사고와 기술적 혁신을 바탕으로 자원순환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물론 사회구성체 의식 변화도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또한 폐기물 문제는 이론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한다. 행정가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개입해야 하고, 현대 과학기술을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는 법과 제도를 개방하고 필요한 부문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