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농업계 화두는 스마트팜
어느새 연말이다. 복기하듯 지난 기해년 1년을 되집어 보면 스마트팜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 ‘스마트팜 혁신밸리 구축’, ‘한국형 스마트팜 확대 보급’ 등 많은 사업의 명칭에 스마트팜이라는 용어가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를 온실 축사 과수원 등 농업 시설 및 노지에 접목하여 작물 및 가축의 생육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농장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스마트팜은 비닐, 유리, 골조 등으로 이뤄진 기본 하드웨어 시설과 시설 내·외의 환경계측을 위한 센서, 시설 내부 환경조절을 위한 구동기, 기타 농작업 효율상승을 위한 로봇 등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스마트팜은 온실, 축사, 버섯사, 과수, 노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우리 농업현장 깊숙이 자리 잡았다.
3세대 수출형 모델까지 연구개발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국내 스마트팜 연구기관에서는 우리 농업환경에 맞도록 한국형 스마트팜을 정의하고, 적합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보통 3세대까지를 얘기하는데, 1세대는 스마트팜 시설 내부의 환경을 계측하고 조절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농업에 소요되는 노동력을 일정 부분 절감하는 편의성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2세대는 1세대 스마트팜을 보다 발전시킨 모델이다.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어떤 작물을 키워야 할 것인지, 생육환경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등 농업인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 3세대는 수출형 모델이다. 2세대 모델에 복합 에너지관리, 로봇 등의 기술이 추가되며 다양한 환경에서 구동되는 기술로 아직은 기초적인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팜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스마트팜 관련 ICT 기자재가 농업현장에 속속 보급되고 있으며, 플랜트 형태로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기자재 간 호환성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한국형 스마트팜의 해외수출 시 시설의 유지·보수 및 확장에 따른 부품의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부품 조달에 애로는 물론 시설도입 단가상승, 농가의 초기 시설구축 업체에 종속화 등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팜에 사용되는 각종 센서와 기자재들의 규격과 성능에 대한 표준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그리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선제적 대응으로 2018년에 원예분야 스마트팜용 센서 및 구동기 22종에 대한 국가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또 올해는 스마트축사 사양관리기기 25종에 대한 단체표준과 스마트축사 내·외기, 안전센서 등 19종에 대한 국가표준 제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시설원예, 축산, 노지 분야에 10종의 ICT기자재에 대한 표준도 추가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국제표준은 수출시장 여는 핵심 열쇠
스마트팜 관련 기자재에 대한 국제표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브라질 등 스마트팜 관련 기술 보유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국제표준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 농업국가들은 이미 정밀농업 분야에서 다수의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있으며, 스마트팜과 관련한 경쟁 국가들의 표준화 제정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관련 기술의 변화, 현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단체표준 및 국가표준을 만들고, 나아가 국제표준 제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팜의 국제표준은 글로벌 스마트팜 수출시장을 여는 중요한 열쇠다. 스마트팜 확산을 통한 농업생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도 또 글로벌 스마트팜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팜의 국제표준 조기 마련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국가적 핵심과제이다. 이는 우리 농업의 미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