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여울마자(멸종위기1급 어류)' 서식지 초토화됐다
경남 산청군 남강 상류 경호강 일원
환경부는 치어방류, 산청군은 골재채취
이곳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여울마자'(Microphysogobio rapidus. CHAE and YANG, 1999. 멸종위기 1급) 서식지다.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여울마자 복원을 위해 치어 1000여마리를 방류한 곳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여울마자 치어 방류 후 '서식지 훼손을 금지한다'는 입간판까지 세웠다. 그런데 산청군은 아무런 보전조치 없이 이 강변에 골재채취(퇴적토 제거) 사업을 허가했다.
여울마자는 2000년대 이전에는 낙동강 수계 곳곳에서 서식했으나 지금은 남강 중상류 일부 수역에서만 발견된다. 하천 중상류의 모래와 자갈이 깔린 강물 흐름이 빠른 여울에 살며 강 바닥 자갈에 붙은 규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 수서곤충을 먹는다. 하천 바닥에 유기물이나 진흙이 쌓이거나 녹조류가 발생하면 살기 힘든 특징을 갖고 있다.
민물고기 연구를 하는 한 연구자는 "며칠 전부터 이 일대에서 여울마자를 관찰하려 했지만 단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핵심 서식지가 망가졌으니 자연상태에서 여울마자 멸종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취재가 시작되면서 산청군은 골재채취 공사를 중단하고 전문가들의 현장조사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산청군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어류 방류 이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보전 계장이 여울마자를 방류했던 사진을 보여줘서 알았다"며 "여울마자 방류 행사를 작년 5월에 했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2019년 5월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계획'에 따라 여울마자 1000여마리를 남강 상류 경호강에 방류했다. 당시 환경부는 "경호강은 여울마자 인공증식을 위해 친어를 포획한 하천으로, 하상이 자갈과 잔자갈로 이뤄져 여울마자가 서식하기에 적합하다"며 "향후 하천공사 계획이 없어 여울마자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은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골재채취를 하면서 강물 안쪽까지 긁었던 흔적이 보인다"며 "환경부와 산청군의 긴밀한 협력 하에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을 해도 부족할 판에 한쪽은 멸종위기종을 방류하고, 다른 한쪽은 서식지를 파괴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1999년 여울마자를 학계에 처음 보고한 민물고기 전문가 채병수 박사는 "1990년대 말까지 낙동강 곳곳에서 서식하던 여울마자가 지금은 경호강 일부 지역에만 살아남아 가슴이 아프다"며 "멸종위기 어류는 서식지 보전이 가장 중요한데 환경부는 인공증식과 방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