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로 막힌 빗물받이를 뚫어라

2020-04-28 11:14:38 게재

연간 청소비용 90억

관리 전담요원 채용

자동개폐식 개선도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서울 자치구가 본격적인 우기에 앞서 또한차례 분주해졌다. 주요 도로는 물론 골목길에서 1차 침수를 막는 빗물받이가 담배꽁초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에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등포구가 상점 밀집가에 설치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꽁초픽'. 사진 영등포구 제공

최근 서울시의회 정책위원회 연구발표회에서 한인섭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발표한 '담배꽁초가 도시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서울시에 설치된 58만개 가량 빗물받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폐기물 가운데 70%는 담배꽁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우기 전에 평균 두차례 빗물받이 준설을 하는데 청소비용만 2019년 기준 80억원에 달한다.

빗물받이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을 채용, 관리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동대문구와 중랑구다. 중랑구는 55세 이상 주민 35명을 '빗물관리 책임관리자'로 채용,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빗물받이 준설을 위한 기간제 근로자인데 담배꽁초를 비롯해 껌 음식물쓰레기 등을 제거하는 책임관리자 예산만 한해 5억4000만원에 달한다.

동대문구는 45세 이상 70세 미만 주민 28명을 '빗물받이 지킴이'로 채용해 일상 관리하고 있다. 작업반장 1명을 제외한 27명은 3인 1조로 나뉘어 지역 내 빗물받이 현황을 파악하고 준설작업은 물론 비가 내릴 때 혹여 빗물받이 덮개가 씌워져있지는 않은지 순찰활동을 담당한다. 이들 인건비만 4억9100만원이다.

금천구는 담배꽁초 등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스마트 빗물받이를 설치했다. 사진 금천구 제공

금천구와 영등포구는 청소·준설과 함께 사전에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꽁초픽'과 '스마트 빗물받이'다. 허원회 금천구 치수과장 등 공무원들이 발명한 빗물받이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제품으로 특허출원까지 했다. 지역 내 1만5500여개에 달하는 빗물받이가 연간 60일만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자동 개폐식을 고안했다. 평소에는 뚜껑이 닫혀있어 쓰레기가 투입되지 않도록 했고 비가 내리면 원격 가동, 빗물이 흘러들어가도록 제어한다. 금천구는 빗물받이를 구 상황실에서 실시간 확인, 제어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영등포구 '꽁초픽'은 빗물받이뿐 아니라 골목길 환경개선까지 노린 아이디어 제품이다. 2015년 실내흡연이 전면 규제된 뒤 무단투기가 늘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구는 주요 행정과 연계지어 투표를 하면서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전용 쓰레기통을 상점 밀집가에 설치했다. 꽁초픽은 인근 상인들이 자율 관리하고 구는 쓰레기봉투를 지원한다.

외국에서는 아예 생산자와 소비자에 책임을 묻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담배업체에 쓰레기 청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꽁초세를 반영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시코 공공장소에 버려진 쓰레기 중 1/4이 담배꽁초다.

한인섭 교수는 "빗물받이를 통한 무단투기는 수거·처리를 더욱 어렵게 해 (환경오염과 함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며 "담배꽁초를 유해폐기물로 인식하고 불법투기를 최소화·근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에 일정 정도 재정적 책임을 지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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