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파수 재할당대가, 국가 산업발전 차원 고려를

2020-04-28 13:11:02 게재
김영수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났다. 5G 이동통신은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공장 디지털헬스케어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국은 ‘5G 이니셔티브’ 전략 아래 약 330조원 규모 투자 및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은 신(新)인프라 투자계획에 따라 5G 네트워크와 산업인터넷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전세계 주요국들은 5G를 선도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중이다.

세계는 지금 5G 선도 경쟁 중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를 넘어 세계 최고 5G를 목표로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지난 한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도 연초 ‘최고 5G생태계 조성’을 위한 5G+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도심 및 대형건물을 제외하면 5G 서비스 가능 지역은 매우 제한적으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통신사에 5G 통신망 투자 확대, 킬러 콘텐츠 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러나 통신사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신사들은 2021년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 대부분을 재할당받기 위해 수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할당 주파수는 기존 이용자 보호와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아무리 대가가 높더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2016년처럼 과거 경매대가를 재할당대가에 반영할 경우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는 2016년 2.1㎓ 재할당대가 산정 때 사업자간 사활을 걸고 경쟁했던 과거 주파수 경매가를 반영해 수천억원 높게 책정한 바 있다.

게다가 정부는 할당대가 세부 산정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어 통신사들은 5G 투자재원을 어느 정도 마련해야 할지 알 수도 없다. 지금은 통신사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과도한 할당대가, 투자여력 위축시켜

과도한 할당대가가 통신사 투자여력을 위축시켜 국가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해외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실제 유럽은 높은 할당대가로 미국 아시아국가보다 전국망 커버리지 구축이 늦어져 관련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프랑스 등 일부국가에서는 주파수 수익보다는 산업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파수 할당정책을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는 최근 8년간 전세계 할당사례를 분석해 ‘높은 할당대가가 통신사의 망 투자와 소비자 편익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높이는 할당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지금 정책변화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당장의 세수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기업활동과 투자, 경제활력과 고용으로 연결되는 장기적인 안목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통신사들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5G시대를 꽃피울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할당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