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 '치열한 막판 경합'

2020-06-12 11:14:01 게재

17일 전자투표로 선출

업계 내부·외부 격돌

젊은 회계사 표심에 달려

공인회계사 2만3000여명의 수장을 뽑는 한국공인회계사회 66회 정기총회가 17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후반부로 접어든 선거운동에서 후보자들이 치열한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이번 선거는 공인회계사 회장 선거에서 처음 도입한 전자투표로 역대 최대 득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장 투표로 진행됐던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은 30%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소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그동안 현장 투표로 진행된 선거여서 직접 참여하기 어려웠는데 모바일 투표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투표를 하겠다는 회계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빅4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특정 후보와 관련된 얘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라며 "투표율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한 후보자(기호순)는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을 비롯해 정민근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 황인태 중앙대 교수 등 5명이다.

사회적으로 외부감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회계개혁을 통해 회계사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공인회계사 회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졌다. 여기에 전자투표 도입에 따라 공인회계사 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중소형회계법인과 개인회계사(감사반)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빅4 회계법인 중심의 선거구도가 깨질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다.

후보자들은 지방의 작은 회계사 사무실까지 찾아다니는 등 밑바닥을 훑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유세를 펼치고 있다. 모 후보는 "허리띠가 한 칸 줄었을 만큼 살이 빠졌다"며 "최대한 많은 회계사들을 만나 지원을 호소하고 있고, 누구를 지지하더라도 투표를 꼭 해달라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선거를 '내부와 외부인사', '빅4와 중견·중소회계법인' 등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채 전 의원과 황 교수는 회계법인에 속해있지 않은 외부인사로, 정 부회장과 최 대표, 김 대표는 오랫동안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내부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4년간 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맡아온 최중경 회장은 청와대 경제수석과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회계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회계업계에서는 외부인사에 대한 분위기가 호의적이다. 반면 회계개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업계 내부의 상생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서는 내부인사를 회장에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외부와 잘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 회장의 성과로 인해 외부인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외부인사들에 대항해 내부인사들이 후보 단일화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빅4 회계법인 출신인 정 부회장과 김 대표, 중견회계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 대표는 각각 대형 회계법인과 중견·중소회계법인을 대변하는 구도를 보여주고 있어 단일화가 쉽지 않다. 역대 선거에서 강세를 보인 빅4 출신 후보들은 탄탄한 조직을 기반으로 지지층을 얼마나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최 대표는 중견회계법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중소회계법인 등 그동안 소외됐던 회계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40대 중반인 채 전 의원이 '젊은 회장후보'를 내세우며 젊은 회계사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것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다. 젊은 회계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빅4 회계법인의 표가 분산될 경우 기존 선거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후보자들이 막판까지 최대한 많은 회계사들을 만나서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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