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코로나시대를 사는 법

나를 지키는 '위생방패' 챙길 때

2020-07-01 10:44:31 게재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감염증은 아직 세계를 휩쓸고,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국내에서는 철저한 대책을 통해 K 방역이라는 찬사를 받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까지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 등의 생활 방역 수칙을 실천하고 있지만, 일부 시설들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 집단감염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방문판문업체 리치웨이발 집단 감염은 어학원, 콜센터, 교회 등의 집단 감염으로 번져 나갔고 수도권 개척 교회발 확진자와 서울 도봉구 노인요양시설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종교 시설과 요양 시설, 사회복지 시설 등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심장병이나 당뇨, 폐 질환 등의 기저질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6배나 많았다. 대구 영남대병원 연구팀에서도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48.3%가 중증으로 이어졌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 동반자들에서 감염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보건학적으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어, 코로나19 종식은 당면한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미감염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형성시키고, 감염된 사람들은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수 있다면 이번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다. 과거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백신과 타미플루로 큰 도움을 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백신도 항바이러스제도 가지고 있지 않다. 백신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도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의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한 과감한 실험은 큰 희생을 초래할 뿐이라는 교훈을 남기기도 하였다. 또 다른 방향에서는 언제 어디서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므로 모든 사람들을 각자의 공간에 머물게 하고 서로 만나지 못 하게 한다면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 이러한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모든 경제 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접촉이 권장되는 현재 온라인 상점이나 택배와 같은 방식의 물류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들도 사람들이 직접 일을 해야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개월 전 모 홈쇼핑 회사와 최근 쿠팡과 같은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모두 사람들의 손길이 직접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두려움과 달리 배달된 물건으로부터 감염될 우려는 매우 적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사람이 아무 위생 장치 없이 물건을 만지고 배송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바이러스가 소비자에게 감염을 일으킬 우려는 매우 적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유통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을 막기 위한 회사들의 노력도 보도되었다. 쿠팡에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100억 원의 안전 비용을 지출하였고, 이번 사건 이후로 110억 원을 추가로 지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불행히도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매우 높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도 잠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염되는 사례들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안전 비용을 더 늘려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모이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예방이란 0을 목표로 하고자 하나, 실제는 위험의 최소화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생산과 유통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동마저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두려움을 지양하고 개인 생활 방역 수칙 준수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대, 무분별한 비난의 화살은 거두고 나를 지키는 '위생 방패'를 챙겨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