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원가는 '개선' 연구투자는 '취약'

2020-07-14 10:56:00 게재

일본기업과 12년 비교·분석 … 소재부품 의존도 높은 분야, 매출 하락시 투자도 대폭줄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를 점차 낮추고 있지만 연구개발 투자에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하는 '회계저널' 최신호에 실린 '한국과 일본 제조업의 원가구조와 원가행태' 논문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비율은 2012년 82.59%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점차 감소해 2016년 80.16%까지 감소했다. 연구개발비비율도 매출액 대비 1% 이하에서 2018년 1.33%로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이 감소할 경우 연구개발비비율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투자 분야는 여전히 취약했다.


◆매출 1% 하락, 연구개발비 1.08% 줄어 = 국내 제조업의 원가행태를 보면 매출이 1% 증가할 때 매출원가 0.944%, 판매관리비 0.686%, 연구개발비 0.632% 증가했다. 반대로 매출이 1% 감소할 때는 매출원가 0.984%, 판매관리비 0.504%, 연구개발비 1.080% 감소했다.

논문저자인 구정호 금오공과대 경영학과 교수와 노길관 부산대 박사는 "판매관리비는 매출감소시 더 적게 감소시키는 하방경직적인 원가행태를 보였고, 매출원가와 연구개발비는 적극적으로 감소시키는 하방탄력적인 원가행태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판매관리 활동은 매출변화에 대해 민감도가 낮지만 연구개발 활동은 매출이 증가할 때보다 감소시에 대폭 축소돼 다른 원가항목 대비 긴축적으로 운영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제조업의 경우 매출이 1% 증가할 때 매출원가 0.953%, 판매관리비 0.491%, 연구개발비 0.227% 증가했다. 반면 매출이 1% 감소할 때 매출원가 0.935%, 판매관리비 0.582%, 연구개발비 0.414% 감소했다. 매출 증감에 따른 원가증감비율이 동일했고,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는 매출이 감소할 때 적극적으로 감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은 매출 증가 때 연구개발비 증가비율이 높지 않고 매출이 감소할때도 감소폭이 크지 않아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업황이 좋을 때와 나쁠 때 변화가 뚜렷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매출이 1% 증가할 때 연구개발비를 0.758% 늘렸고, 감소할 때도 0.758% 줄였다. 반면 일본 기업은 매출이 1% 증가할 때 연구개발비를 0.180% 늘렸고, 감소할 때 0.350% 줄였다.

구 교수는 "한국은 일본 대비 업황이 좋을 때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 비중을 크게 늘리나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이 일본 대비 상대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초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 "화학·의약 분야, 따라가기 바쁜 상황" = 산업별 원가구조를 분석한 결과, 화학 및 의약분야의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비율이 71.99%로 일본보다 약 5%p 높고 판매관리비비율은 21.73%로 4%p 가량 낮고, 연구개발비비율은 1.87%로 3%p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구 교수는 "한국의 화학·의약 산업은 일본 대비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낮아 시장을 선도하기보다는 시장을 따라가기에도 바쁜 상황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화학·의약분야에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66.86%로 다른 산업보다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반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25.46%, 연구개발비 비율은 4.75%로 다른 산업 대비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전기·전자·통신산업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매출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해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를 대폭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 교수는 "두 나라의 산업별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조경쟁력을 갖기 위해 산업별로 추구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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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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