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현실성 없다 … ‘탁상행정’ 지적

2020-07-15 00:00:01 게재

“기업 해외진출은 경영전략 차원”

71개 기업 국내복귀 성과 별로

각종 조사에서도 복귀에 부정적

“공장을 한국으로 옮길 생각이 없다.”

중소기업인 K씨는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했다. K씨는 국내에서 대기업에 PCB(인쇄회로기판)를 납품해 왔다. 베트남 이전 후에도 삼성 LG 등과 거래하고 있다. 그가 한국 복귀에 부정적인 건 국내에는 일거리가 없고, 인건비 등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하노이 한국기업인들 대부분은 비용과 시장을 고려하면 이곳이 훨씬 조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복귀(리쇼어링 Reshoring)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문재인정부가 6월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3대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해외로 나간 국내기업을 복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해외진출 기업인들은 국내복귀에 호의적이지 않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는 기업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중국과 베트남 등에 현지법인이 있는 중소기업 2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76%가 ‘국내복귀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 ‘국내 높은 생산비용’(63.2%,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5월 조사(비금융 매출액 상위 1000곳 대상)에서도 리쇼어링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추진을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이유와 형태, 현지 경영성과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해외공장 유지와 리쇼어링의 비용차이를 계산하고 정책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진출 기업은 대부분 두가지 유형이다. 첫째는 비용절감이고 둘째는 시장공략이다. 첫째의 경우는 국내로 들어오면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한다. 둘째는 국내시장이 좁다는 문제가 따른다. 결국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복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공장의 국내복귀는 한국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내수시장의 경쟁만 치열해지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귀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줄 경우 기존 국내 기반 기업에게는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실제 2014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총 71개 기업(대기업 1개, 중견기업 8개, 중소기업 62개)이 돌아왔다. 대부분 보석과 신발 업종이었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원가가 높아져 부담만 떠안은 경우가 발생했다. 당연히 고용효과도 크지 않았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오는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등 유인책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기업계 인사는 “기업의 해외진출은 기업경영전략에 근거한 것이다. 해외진출을 고임금이나 규제 등으로만 해석하는 건 짧은 생각”이라며 “시장을 쫓아 해외로 나간 기업을 복귀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리쇼어링은 산업구조별로 미세한 부분까지 살펴봐야 한다”며 “신산업으로 국내에 새로운 투자를 일으키는 게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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