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38)
징계나 해고 자료로 CCTV 영상 쓸 수 있나
A가 다니는 갑 회사는 최근 직원 동의도 없이 화장실을 제외한 사무실과 직원 휴게실, 탕비실 등에 CCTV를 설치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이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지만 회사는 도난과 화재 등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회유했다.
그러던 중 A는 최근 근무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A는 지난달 내내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이 없으며 휴게시간 외에는 특별히 다른 직원과 사담을 나누거나 자리를 비우는 일도 없었다. 억울해진 A가 회사에 이유를 묻자 CCTV에 녹화된 A의 근무태도가 불성실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한 민간단체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중 'CCTV를 통한 감시와 부당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의 전통적 방식인 폭언과 폭행, 따돌림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시설안전을 위해 설치운영되던 CCTV가 근로자를 감시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비공개 장소 중 하나인 회사 내 사무실이나 직원 휴게실 등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서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규제하고 있는 '공개된 장소'는 아니므로 그 설치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만약 회사가 방범이나 시설안전을 위한 CCTV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근로자 등 구성원들의 특별한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무태도를 감시하기 위한 CCTV 설치는 사정이 다르다. 만약 회사가 근로자감시 목적의 CCTV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CCTV의 설치에 앞서 그 목적과 사용범위 등에 대해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나 노조 차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를 받은 목적 범위 내의 사용만 허락될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방범 또는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를 이용해 근로자의 근태를 감시하거나 CCTV영상 등을 징계 또는 해고의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 허락 또는 동의받지 않은 개인정보를 CCTV를 통해 수집하는 경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은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위반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갑 회사의 CCTV설치는 근로자들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는 못했으나 그 목적이 방범과 안전사고예방 등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예외적으로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도 CCTV의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범용으로 설치한 CCTV를 이용해 근로자감시나 이를 통한 사내 징계 조치를 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개별 근로자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동의 없이 무단으로 CCTV에 찍힌 개인의 영상을 감시나 징계 등의 자료로 사용하는 경우 회사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