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장 내 괴롭힘’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 기준

2020-07-23 12:07:19 게재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신설되고 시행된 이래 이와 관련한 분쟁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면서 이에 대한 기준을 재확인했다.

군인공제회 소속 근로자 A는 사직하면서 상급자 B 등이 자신을 1년간 비방했으나 이러한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또한 A는 ‘B 등이 훔친 USB 내 개인정보를 이용해 투서를 하고, 사생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자신에 대한 따돌림을 지시·조장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회사는 B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한 후 ‘개인정보 불법취득, 침해 및 유출, 집단 괴롭힘, 전산업무 운영규칙 등 위반’을 이유로 인사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B 등은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사유에 관한 진술을 했으나 결국 해임됐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단에 대해 회사는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B 등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보아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업무범위 넘어 고통 주면 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의 3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피해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태를 가해자가 이용하거나, 개인 대 집단 등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관계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에 해당될 수 있다.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실이 아니어도 업무수행에 편승해 이루어졌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어도 행위 자체가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에 해당한다. 다만 업무상 지시나 주의 명령 등에 불만을 느끼더라도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면벽근무 등 근무공간을 통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지정하거나,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된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번 사례에서 B 등은 다른 직원들에게 ‘A가 업무할 때는 아무도 말을 걸지 말라’ ‘A를 왜 회식자리에 참석시키느냐’는 등 A를 무시하는 행동을 지속했다. 또 ‘A가 불륜관계라는 소문이 도니 참고하라’는 등의 말도 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B 등에게 징계사유를 통지했고, 인사위원회에서 진술 및 소명할 기회를 주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B 등의 행위는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등을 이용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로 인해 A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근무환경의 악화로 사직하게 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B 등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의라도 직장 내 괴롭힘 될 수 있어

행위자가 괴롭힐 목적 없이 ‘일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등의 의도로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고,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징계사유에 해당되고 해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