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규제에도 금융사 유동성 리스크 제한적"
무제한 RP공급 종료 … 'A+' 회사채 부각
"금융투자사 안정적인 단기자금 공급 예상"
◆증권사 자금조달 여건 건전해져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코로나 19 대응 차원에서 시행했던 금액 무제한 RP 공급을 이달 말로 중단한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조달 여건 안정화를 판단한 근거로 △단기금리 안정 △고객예탁금 및 CMA 수신 증가 △증거금 납부 수요 감소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은은 "코로나 사태로 단기금리가 급등하자 유동성 공급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증권사의 조달 여건이 건전해지면서 추가 연장 없이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현재의 정례 전액공급방식 RP매입이 종료되더라도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거나 금리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전액공급방식 RP매입을 재개하거나 비정례 RP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적극 공급할 계획이다.
허 연구원은 "무제한 RP 공급중단이 채권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며 "8월부터 시행되는 RP 규제와 지난 24일부터 가동된 회사채 매입기구 (SPV) 등의 영향이 맞물려 A+ 등급 회사채의 투자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시장 영향 적어" = 8월부터는 'RP'로 자금조달할 경우 매도자가 RP 매도잔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 내용이 포함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발표된 'RP시장의 효율성, 안정성 제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이는 △ RP매도자가 차입규모의 일정 비율만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유동성리스크를 완화하고, △현금 보유비율을 만기별로 차등화해 기일물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지난달 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반기말 자금시장 부담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1개월 유예된 바 있다.
KB증권은 다음달 시행되는 RP 규제에도 안정적인 단기자금 공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참가자별 RP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RP매수(자금공급)의 주요 주체는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각각 44.7%, 33.1%(2019년 기준)로 높아 안정적인 자금공급이 예상된다"며 "RP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단기자금시장 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크레딧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에 따르면 MMF 잔고는 지난 23일 기준 151.7조원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및 미중 무역갈등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분기말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은행도 규제비율 완화와 더불어 부동산 규제 강화, 증시 및 부동산 시장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수시입출금을 중심으로 수신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RP매도 (자금수요)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각각 59.1%, 30.9% (2019년 기준)로 비중이 크다.
전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향후 규제 시행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발행 위축 가능성, 옵티머스, 젠투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에 따른 영업 위축 가능성, 건전성 관리를 위한 신용공여 축소 등으로 자금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RP 거래만기 장기화가 예상되고, 조달비용 증가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 및 여전채 투자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전채는 파생결합증권 규제가 총량 규제보다는 건전성 규제 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AA급을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전 연구원은 "RP규제가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발표될 경우 매도 급증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다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 유예, 단계적 시행 등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은 그동안의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제한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며 "금리 측면에서는 여전채 투자매력이 높으며, 자본차익 측면에서는 우량 회사채 투자매력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