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낙동강 물갈등' 이제는 해결해야"

2020-08-06 12:09:47 게재

지자체·주민 등 사전 설명만 31회, 보고회 무산 … 합천주민 "규제 안돼" 환경단체 "보 문제 해결"

역시 난제였다. 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기로 한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중간 보고회가 합천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부산·대구·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구미시 안동시 창녕군 합천군 등 낙동강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결국 열리지 못했다. 낙동강 유역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는 낙동강 물 문제 해결과 관련한 여러 대안들을 강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제시된 대안들은 크게 '취수원 다변화와 수질 관리 강화'라는 투트랙으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5일 낙동강권역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낙동강네트워크가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중간 보고회장을 점검해 보고회를 무산시켰다. 이들은 보처리 방안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강대비 낙동강 산업폐수 4.7배, 입지 규제는 절반 = 낙동강에서 하루 평균 취수하는 생활용수 양은 약 462만㎥/일에 달한다. 이 중 낙동강 본류 하천수가 265만㎥/일로 57%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생활용수 본류 의존율이 91%나 된다(2017년 기준). 대구는 70%, 울산 58%, 경남 53%, 경북 22% 등이다. 이처럼 낙동강 의존 비중이 크지만 정작 중·상류에 대규모 공장 등이 포진하고 있어 문제다. 게다가 낙동강은 한강 대비 산업폐수 발생량이 4.7배나 되지만 수질보전·개선 등을 위한 입지규제 면적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 방치되어 온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94년 디클로로메탄(발암성물질) 오염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 식수 불안에 더이상 떠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농업용수 고갈, 상수원 보호에 따른 규제 강화 등 낙동강을 둘러싼 각 지역들간의 이해관계를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방안으로 경남 합천 황강 하류 물을 쓰는 방안이 제시되자 5일 합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합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5일 합천 지역 주민들 300여명으로 이뤄진 합천동부지역 취수장반대추진위원회는 "황강 하류를 광역 취수원으로 하는 것은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는 합천군의 농·축산업이 망가지고 군민의 재산권이 취수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용역에서 합천은 취수원 다변화 지역에 해당한다. 아직 안이지만 이번 연구 용역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지류인 합천 황강 하류에서 45만㎥/일을 취수하고 낙동강 본류인 창녕에서 강변여과수나 인공습지를 개발해 50만㎥/일을 확보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95만㎥/일 중에 48만㎥/일은 창원·김해·양산·함안 등 동부경남에 우선 공급하고 남는 47만㎥/일을 부산에 제공한다. 부산은 이 외에 필요한 48만㎥/일의 물을 종전 물금·매리취수장의 물을 초고도정수처리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더욱 폭넓은 의견 수렴 하겠다" = 사실 이번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는 지난해 광역지자체와 협의 이후 이뤄진 것이다. 지역의 상황을 담은 용역인만큼 연구 중간중간 지방자치단체들과 공유, 추가 연구 사항을 넣기도 했다. 보고회 전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을 31회나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높다. 종전에는 없던 4대강 보 문제까지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5일 낙동강네트워크는 중간 보고회장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수문개방과 보처리방안 없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는 낙동강을 포기한 것"이라며 "민주당도 정권을 잡기 전에는 4대강사업에 대해 결사 반대했는데, 이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번 용역보고서에선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 방안으로 △영주댐 상류, 창녕함안보 등 비점오염원이 증가하는 지류를 대상으로 저감시설 설치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기준을 적용한 통합허가제 조기 도입 △경북 구미 공공하수처리장과 대구 성서 산단 공공폐수처리시설에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 검토 △경북 금호강과 경남 남강에 총유기탄소(TOC) 수질총량제도 시범 도입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금번 연기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는 지자체 및 전문가 자문단을 대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서면 및 비대면(온라인) 보고회로 개최하여 더욱 폭넓은 의견수렴을 실시하겠다"며 "낙동강 통합물관리에 관심 있는 국민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상·하류 지역 토론회, 지역별 경청회 등도 가진 뒤 낙동강 통합물관리 연구용역 최종방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 글 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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