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현장취재
"전국 물난리 속, 4대강 보 수문 여나마나"
'가동보 설치로 홍수시 보 영향 최소화' 한다더니 4대강 16개 보, 장마철에는 수문 열어도 '만수위'
합천보 수위 17.6m … 바로 위 낙동강 제방 유실
"이포보와 여주보, 강천보 덕분에 팔당댐이 안전하게 버텼다." "문재인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
요즘 SNS에서 많이 보이는 주장들이다. 과연 어디까지 진실일까?
9일 오전 억수같이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한강수계 3개 보를 직접 확인했다.
제일 하류에 있는 이포보. SNS 주장대로라면 팔당댐 안전을 위해 물을 가두고 있어야 할 이포보가 가동보 6개를 모두 열어놓은 상태였다. 가동보를 모두 개방했지만 보 양안의 고정보 구간이 모두 흐르는 강물에 잠겼다. 수문을 다 열어도 수위 저하 효과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 위에 있는 여주보도 마찬가지. 전체 가동보를 높이 들어올린 상태였고 고정보 구간은 모두 강물 속에 잠겨 있었다.
제일 상류에 있는 강천보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회전식 가동보를 모두 눕혔지만 고정보 구간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보를 넘어 거센 여울을 이룬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렸다.
한강수계 3개의 보들은 팔당댐을 지켜주기는커녕 제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들어 보였다.
◆16개 보 모두 개방했지만 관리수위 넘어 = 김영훈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은 "강물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로 홍수를 막는다는 주장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현재 16개 보의 가동보를 모두 개방했지만 집중호우로 강물이 워낙 불어나서 대부분 관리수위보다 강물 수위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환경부 홈페이지 '실시간 보 모니터링' 자료방에서도 확인된다. 8월 데이터를 보면 16개 보 모두 개방한 상태에서 대부분 관리수위(보로 막은 수위)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장마가 오기 전 모든 보를 개방했지만 현재 금강 수위는 3개 보 모두 관리수위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강물이 불어나면 물에 잠겨 보이지도 않는 시설물인데, 이런 시설물이 홍수예방 기능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결국 낙동강 본류 제방이 유실되는 사고가 터졌다. 9일 오전 4시 합천보 상류 250미터 지점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의 낙동강 본류 제방 30미터 정도가 불어난 강물에 유실됐다. 이날 오전 합천보 지점의 낙동강 수위는 17.6미터를 기록했다. 합천보 관리수위 10.5미터보다 7미터 이상 올라갔다.
합천보 수문은 수문을 회전하면 강바닥과 평행하게 되는 '회전식 수문'이다. 만일 아래 위로 오르내리는 '승강식 수문'이었다면 불어난 강물에 더 큰 저항을 일으켜 낙동강 수위가 더 많이 올라갔을 것이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MB정부는 4대강마스터플랜에서 '다기능보는 가동보 설치로 홍수시 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올해 홍수에서 거짓이 증명됐다"며 "흐르는 강물 속에 설치한 구조물은 그 자체가 지장물이 되어 홍수시 강물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마 끝나고 수문 닫으면 녹조 심각해질 것" = 문재인정부 들어 실시된 2018년 7월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홍수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홍수피해 발생 확률이 20%인 경우에만 경제성이 있는데 이 같은 홍수피해는 50년에 1회 정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효과는커녕 감기를 악화시키는 약에 대해 '감기 걸릴 확률이 낮으니 경제성이 없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동시다발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바다가 되자 4대강 16개 보가 모두 동시에 수문을 전면개방했다. MB정부 4대강사업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이번 장마가 끝나고 다시 보 수문을 닫으면 예년보다 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할 것"이라며 "홍수기에는 홍수를 악화시키고 갈수기에는 녹조를 악화시키는 4대강 보에 대해 하루 빨리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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