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경마산업 운용능력 도마에
마필관리사 최근 2명 사망 … 직접 고용 안해 재해 방지에 소극적
2005년 이후 마필관리사와 기수 12명이 숨지면서 경마장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두달 사이 서울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 2명이 사망하면서 한국마사회의 경마제도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11일 한국마사회와 마필관리사노조 등에 따르면 23년차 마필관리사 전모씨가 6일 오전 경마장 내 기숙사에서 사망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족과 노조 측은 과로 등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필관리사 노조는 "평소에도 혈압이 높고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스트레스까지 겹쳐 심리적인 불안도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21일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 이모씨도 사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매번 다치고 쉬고 해서 미안한 직장 동료들. 주목받지도 못하는 관리사" "한국 경마는 우리가 있어서 발전했는데 모든 건 마사회 몫이죠. 정말 열심히 하는데"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500㎏이 넘는 거센 말을 경주마로 키우고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는 업무가 위험한데다 근무강도까지 높아 항상 불안을 안고 근무한다.
통상 마필관리사 1명이 말 3필을 관리하지만 더 많은 말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6월 숨진 이씨는 마필관리사 11명이 37필을 관리하는 조에 속했다. 주로 경주로에서 기승훈련을 담당했고, 1월에 79두, 2월 102두, 3월 86두, 4~5월 산재휴직, 6월에 88두의 경주마를 훈련해 하루 평균 3~5두를 맡았다.
마필관리사들은 이를 두고 업무강도와 재해 위험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마사회가 발표한 서울경마장 재해율은 25.7%로, 전체 산업재해율 0.58%보다 훨씬 높은 것도 같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2005년 이후 마필관리사와 기수 12명이 숨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수치다.
마필관리사는 말을 직접 관리하고 돌보지만 마사회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마사회가 말을 소유한 마주와 경주마 출주 계약을 맺고, 조교사를 채용해 마방(마구간)을 빌려준다. 조교사는 마사회가 인증한 조교사 면허와 마방을 갖고 마필관리사와 기수를 고용한다.
조교사가 상금의 분배 권한과 마필관리사의 말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구조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기수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사고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조교사들은 최근 발생한 사망사건이 근무환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조교사협회는 "일부 언론 보도는 업무량 과도 및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했다는데 연장근로시간 포함 1인 평균 근로시간을 주 49.2시간 운영하고 있다"며 "평균급여 역시 1인 8569만원(법정보험료 포함)으로 동일 직종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서울조교사협회는 마필관련 취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도 마필관리사 등을 직접 고용하지 않다보니 근로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재해 발생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사회는 "최근 발생한 서울조교사협회 말 관리사 사망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사고의 원인과 배경을 떠나 연이은 사고 발생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7월부터 외부 전문가, 경마관계자 등이 참여한 협의 기구를 통해 경마제도 개선 등 혁신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사업장내 근로환경 개선과 산재예방 지원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