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고속도로 장단반도 관통 논란

국토부, 두번 조사로 "멸종위기종 없다"

2020-08-31 11:25:29 게재

예정지노선 대부분 '지뢰지대' … 사실상 식물조사 '불가'

"지뢰제거 후 정밀조사하겠다" … "식생 제거한 뒤 조사?"

"대안노선별 주요생물군 및 법정보호종 등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었음. 자연생태적인 측면에서 하천 교란, 겨울철새 서식지 및 설계검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계획노선이 가장 타당할 것으로 판단됨."

누가 분석하고 판단한 내용일까? 놀랍게도 이 판단은 환경부가 아니라 국토부가 한 것이다. 2020년 1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서 국토부는 사실상 노선검토 결론을 낸 평가서를 제출했다.


환경부는 5월 22일 이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조건부동의'를 했다. 조건부동의는 "국토부 원안노선은 임진강과 장단반도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임진강 통과노선의 하저터널을 검토하거나 기존 개발지역인 동측노선(통일대교 구간)을 대안노선으로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토대로 한 것이다.

◆고작 2차례 '현장 식생조사' =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동의'는 '이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건에 따라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무방한 그런 게 아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환경부의 조건부동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평가서'(본안)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국토부는 이 고속도로 예정노선의 '주요 생물상'을 '단풍잎돼지풀'이라고 명기했다. 지뢰지대가 대부분인 예정노선의 식생조사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고속도로 노선 내 법정보호식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예정지 노선의 식생조사를 딱 두번 했다. 2019년 5월 2~3일, 8월 21~22일 총 4일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기존 연구자료 문헌조사다.

예정지 노선은 일부 경작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확인지뢰지대다. 지뢰지대는 '확인지뢰지대'와 '미확인지뢰지대'로 나뉜다. 얼핏 '확인된 지뢰지대가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다.

확인지뢰지대는 지뢰를 매설한 곳을 아는 지뢰지대이고 미확인지뢰지대는 지뢰가 어디 묻혀 있는지 모르는 곳이다. 표시도 다르다. 확인된 곳은 사각형, 미확인은 삼각형이다.

국토부는 "향후 지뢰제거작업을 완료한 지역에 대해 건설 중 사후환경영향 조사 때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일단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지뢰 제거 후 식생이 초토화된 뒤에 조사해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를 도로로 조각조각 낼 것인가? = 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는 한강하구 중립수역과 DMZ의 연결점으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생태계 다양성이 유지되는 곳이다. DMZ생태연구소는 2014년부터 5년 동안 10월부터 3월까지 서부 민통선에 도래하는 겨울철새를 매주 일정한 동선을 정해 조사해왔다.

멸종위기 조류는 멸종위기 1급 '검독수리(금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4종, 멸종위기 2급 '개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총 10종이 관찰됐다. 5년 동안 관찰된 조류는 멸종위기 1급 235마리(연평균 47마리), 멸종위기 2급 8만7644마리(연평균 1만7528마리)에 이른다.

조도순 가톨릭대 명예교수(MAB한국위원회 위원장)는 "국토부는 1안(지상)과 2안(지하)을 원하지만, 1안 2안 모두 '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 핵심 서식지인 장단반도를 관통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존에 도로가 나 있는 통일대교 쪽으로 연결하는 것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생태계 파편화를 막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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