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안노선에 멸종위기종 주로 분포"

2020-09-11 11:48:04 게재

한명이 조류·곤충 동시에 조사

"현지조사 결과, 대안노선 주변으로 삵 물범(탐문) 큰기러기 원앙 참수리 독수리 두루미 등 2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확인됐다. 법정보호종은 대안노선 인근 경작지, 둠벙 등에 주로 분포한다."

국토부는 전략환경평가 제3장 '입지에 대한 대안'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보완내용'에서는 "대안노선 통과지역은 생물다양성이 높고 다수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임을 감안하여 임진강 동측을 추가 대안노선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예정지 내 '주요 생물상'을 유해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어떤 생물상 조사를 바탕으로 이런 판단을 했을까? 접경지 내 생물상 조사는 기존 조사자료가 많지 않아 현장조사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도라산고속도로 전략환경평가 동식물상 조사는 '보완'까지 포함해 모두 15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차(2019년 2월 18~19일)에서 15차(2020년 3월 27일)까지 1년 1개월 동안이다.

조류 조사 18차례, 식생 조사 4차례, 포유류 4차례, 양서파충류 2차례, 육상곤충 2차례, 어류 2차례, 저서생물 2차례가 전부다.

식생 조사의 경우 2019년 5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계획노선 내 7개 지점의 식생을 모두 조사했다. 방형구도 설치하지 않고 지점당 평균 30분 정도의 조사로 식생이 토양을 덮은 정도, 나무들의 가슴높이지름까지 기록했다.

당시 식생 조사 책임자는 "지뢰지대라 방형구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숲 밖에서 맨 눈과 망원경 관찰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3차 조사(2019.5.2.~3)와 5차 조사(2019.8.21.~22) 때는 모든 동식물상 조사를 한꺼번에 진행했다. 이때 포유류 조사자는 양서파충류를, 조류 조사자는 육상곤충을, 어류 조사자는 저서생물을 같은 시간에 조사하기도 했다.

'저서생물'에 대해서는 2019년 5월 2일 계획노선 인근 둠벙 7곳을 대상으로 따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자는 이날 11시 25분부터 17시 40분까지 약 6시간 만에 6개 둠벙을 조사했다. 조사시간이 10분 이내로 기록된 곳은 마른 둠벙으로 확인됐다.

2019년 5월 2일 반구정 앞에서 어선을 타고 임진강에서 어류와 저서생물 조사를 동시에 했던 조사자에게 물어보았다. "배를 탄 상태에서 강바닥에 있는 저서생물 조사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 조사자는 "실뱀장어를 잡는 촘촘한 그물에 일부 저서생물이 따라 올라와서 채집을 했고, 나머지는 배에서 내려 강가에 있는 뻘에서 채집했다"고 답변했다. 이 조사자는 현지조사표에 저서생물 조사를 임진강 한가운데서 했다고 기록했다. 조사시간은 어류와 동일한 '16:30~20:00'였고 이날 현지조사표에 기록된 저서생물은 없다.

이날 배를 몰았던 어부는 "조사지점으로 표시된 곳에는 가지 않았고 주로 반구정 상류쪽에서 그물을 걷었다"고 말했다. 조사자는 "하선 후 강변에서 조사지점을 추정해 좌표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략환경평가서를 작성한 업체 관계자는 "한 조사자가 포유류와 양서파충류, 조류와 육상곤충, 어류와 저서생물을 동시에 조사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모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서 그런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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