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를 헐어야 홍수피해 막는다
8월 7일 호우경보가 발령된 이후 9일까지 나주지역에는 최대 409.5mm 누적평균 318.5mm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이와 같은 기록적인 물폭탄으로 인해 다시면 영강동 등 영산강과 인접해있는 저지대 마을들이 큰 수해를 당했다.
특히 백룡저수지에서 흐르는 문평천은 호우로 인해 넘치듯 영산강을 향해 쏟아져내려왔다. 영산강 본류는 문평천보다 수위가 50cm 정도 높이 흐르고 있었다. 문평천은 영산강 합류지점에서 역류했다. 결국 불어난 물의 수압을 견디지 못해 제방이 터져나갔다. 붕괴된 제방의 길이는 230m였다.
영산강 죽산보 인근의 다시면 복암ㆍ가흥ㆍ죽산들 볏논 532ha(160만평)이 사흘 동안 물에 잠겼다. 집안까지 물이 범람했다. 마을회관까지 침수되어 주민들의 공동휴식공간마저 사라져 버렸다.
"죽산보가 피해 키워"
주민들은 "죽산보가 피해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이건창(65)씨는 "4대강 사업 당시 큰 하천만 투자하고 작은 강을 소홀히 하면서 큰 강에서 물이 역류해 이 난리가 났다"며 이번 물난리는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제대(73) 이장도 "영산강이 범람해 전기와 배수시설이 고장나서 가동도 안된다. 자연 배수로 언제 물이 다 빠질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영산강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죽산보에서 계속 역류하다가 가장 약한 부위가 터졌다.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며 "시 차원에서 죽산보를 트는 방향으로 영산강 종합계획을 별도로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가 이제라도 죽산보가 물의 흐름을 차단하여 물을 역류시켜 문평천 둑을 붕괴시켰다는 올바른 인식을 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죽산보 해체, 승촌보 상시개방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보 안전성 경제성 물이용 치수 수질생태 주민인식 등 여러 평가와 검토과정을 통해 마련된 보 처리방안은 영산강 자연성 회생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런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왜 이리도 지지부진한가? 좌고우면하지말라. 이번 8월 연달은 폭우사태로 참담한 홍수피해를 겪고서도 결단이 서지 않는가? 아직도 물관리위원회에 이명박 시대 4대강 찬성론자들이 남아있는가?
황룡강과 드들강에서 쏟아져내려온 홍수를 승촌보가 차단시켜서 광주시내 양동시장 등지에도 물난리가 났다. 4대강사업 이후 영산강은 수질악화가 계속되었다.
물길이 막힌 영산강은 녹조가 심각해 농업용수로 전혀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매생이국보다 진한 녹조가 여름철이면 상시적으로 영산강을 뒤덮은 것을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번 영산강 일대 홍수의 주요인도 죽산보와 승촌보가 물의 흐름을 차단한 것 때문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막대한 혈세로 망친 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4대강사업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강물을 가로막는 보를 두고서 강 살리기는 공염불이다. 일부 농민들이 제기하는 농업용수 대책 마련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바닷물 드나드는 영산강으로
금강 세종ㆍ공주보를 3년간 완전 개방했더니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출현하는 등 생태계 서식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 결과 보 개방 이후 형성된 모래톱, 하중도, 습지 등 다양한 수변공간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 및 휴식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 생태계 활성화도 보를 터서 물의 흐름을 자연에 맡기면 성공할 수 있다.
죽산보 승촌보를 해체하고 하구둑을 터야 바닷물이 영산포까지 오르내리는 영산강으로 재자연화가 이루어진다. 그래야 영산강 기수역에 바다 물고기가 올라오고 영산강 수변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 환경도 살고 사람도 사는 영산강 350리를 재창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