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보다 정확한 ‘적정가격’부터

2020-10-27 10:41:38 게재

오늘 로드맵 공청회… 전문가 “공시가격 기초로 개별세법에서 가감조정”

27일 오후 열리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월 중순부터 진행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된다. 목표 현실화율, 제고방법, 도달시기 및 이에 따른 조세·복지제도 등에 대한 영향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90%로 맞추되, 부동산 유형·가격대별로 목표도달 시기를 다르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안에 현실화 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로드맵이 현실화율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적정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방안 마련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와 조세정책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시가격은 시장가격에 근접해 책정하되, 세금부과 등에 활용할 땐 해당 목적에 맞게 적절히 비율을 적용하라는 주문이다.


◆흔들리는 신뢰성 = 공시가격은 매년 발표 때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정확성.객관성.투명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 표준지.주택 확대 △고가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상향 △지역간 시세반영률 격차해소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에서 공시가격을 사후에 정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시가격 산정과정에서 층별 효용격차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갈수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4월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이의신청 건수가 3만7410건에 달한다. 지난해 접수건수(2만8735건)보다 30% 늘었다. 2018년엔 1290건 접수됐다.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어 개선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다.

◆적정가격과 시장가격간 차이 커 = 공시가격 개선방향이 시세반영률 상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적정가격’ 책정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부동산공시법은 부동산(토지 주택) 가격산정 기준을 만들고, 각종 조세.부담금의 형평성 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수단이 ‘적정가격’ 공시다.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말한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시장가격을 뜻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적정가격과 시장가격간 격차가 크다. 시세반영률이 70% 미만이다. 2020년 현실화율이 △표준단독주택은 53.6% △토지 65.5%(주거용 64.8%) △공동주택 69.0%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주(州)에서 시세 100% 수준을 공시하고 있는 미국과 차이난다. 대만도 2015년 현실화율을 65→90%로 높였다. 한국은 시세와 공시가격간 격차를 법률에도 없는 ‘시세반영률’(현실화율)로 메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6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공시법은 공시가격을 ‘적정가격’으로 산정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세와 격차가 발생하자 관행적으로 ‘시세반영률’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시세반영률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조세부담의 형평성.공정성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공동주택 3억~6억원은 현실화율이 68.6%인 반면, 15억~30억원은 67.4%였다. 단독주택 3억~6억은 52.2%인데 12억~15억원은 50.6%였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9억원 미만 68%, 9억~15억원 70%, 15억~30억원 75%, 30억원 이상 80%였다.

이같은 부동산 유형.가격대별 현실화율 차이로 인한 공시가격 불균형이 공시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 시세는 더 비싸지만 공시가격은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는 중저가 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낮았던 9억∼15억원대 표준단독주택 현실화율을 2.0∼3.0%p 높여 중저가 주택과 고가주택간 역전현상을 많이 해소했다.

게다가 같은 단지의 같은 크기 주택도 불균형이 발생한다. 층, 향에 따라 시세차이가 발생할 경우 적용되는 현실화율이 달라져 시세격차보다 공시가격 격차가 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같은 시장가격에도 공시가격이 다르면 가격공시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시장가격에 근접하게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공시가격과 조세정책 분리 필요 =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와 조세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 가격공시는 가격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조세부담의 형평성 혹은 조세정의 실현은 재정.조세정책에서 마련하라는 얘기다.

당초 공시제도는 조세부과를 담당하는 각 기관별로 가격을 조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처음 토지에 공시지가를 도입한 1989년 기준가격이 과세시가표준액(내무부), 기준시가(국세청), 기준지가(건설부) 등으로 다양했다.

당시 전국 필지 가격정보를 담고있는 과세시가표준액은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조사기준, 현실화율 조정으로 지역.필지별 가격 불균형이 심각했다.

이에 따라 종합토지세, 토지초과이득세 등 전국적으로 일관성있는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가격기준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부동산 가격공시다.

현재 공시가격은 국세와 지방세 과세표준과 각종 보상평가 기준, 기초생활수급자.기초연금대상자 판단기준 등 60여가지 정책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취지를 볼 때 공시가격은 시장가격에 근접한 적정가격으로 정하되, 이를 활용하는 분야별로 목적에 따라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즉 과세분야는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조세목적에 따라 60~70%를 적용한다. 현재 절대적인 가격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사회복지분야는 연도별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1~5분위 등 상대적 분포를 기준으로 제도를 운용하라는 주문이다.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채미옥 전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공시가격 조사 및 활용을 위한 부처간 협조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시가격을 개별법에서 활용목적별로 가감조정해 적용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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