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제모습 찾은 '남지백사장'
함안보 시험방류에 엇갈리는 농심
찬성 농민 "담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심각"
반대 농민 "방류 때문에 지하수위 낮아져"
합천보 아래 황강 합수지점에는 넓이 10만평 정도의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났다. 창녕군 남지읍 창녕낙동강교 아래에도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났다. 그 유명한 남지백사장 모래톱이다. 남지백사장 모래톱이 이런 모습을 드러낸 것은 4대강사업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폭 800미터 길이 2600미터에 이르렀던 남지백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강 모래톱이었다. 2010년부터 본격화된 준설사업으로 남지백사장은 대부분 준설됐다. 그 뒤로 10년 동안 낙동강은 조금씩 모래톱을 스스로 복원해왔다.
지난해 10월 함안보 시범개방 때도 일부 모래톱이 드러났다. 그러나 올해 드러난 모래톱은 규모도 커지고 모래 상태도 확연히 다르다. 10년 동안 녹조로 몸살을 앓았던 함안보 물속에 있던 모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 함안보, 11월 20일까지 시험개방 = 26일 마창진환경련 모니터링 결과 함안보 상류에서는 수달 큰기러기 물총새 댕기물떼새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법정 보호생물들이 관찰됐다. 모래톱과 수면에서 물닭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백로 왜가리 등 조류 1000여마리도 확인됐다.
28일 민물고기 모니터링에서는 황강 하류 낙동강 합수지점 바로 위에서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 11개체가 발견됐다. 그러나 그 하류 낙동강 본류 지점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이 발견되는 '모래무지'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임희자 마창진환경련 정책실장은 "2주에 불과한 개방기간 동안 낙동강 본류에 흰수마자가 낙동강 본류에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개방기간이 길어져야 멸종위기 어류들이 본류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안보 수문은 11월 20일까지 개방된다. 함안보 상류에 있는 합천보는 12월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개방될 예정이다.
◆ "수막재배 가능하도록 관정 설치해야" = 10년 동안 낙동강은 이렇게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갈라져 있다.
28일 만난 김창수 함안보피해농민대책위 부회장은 "함안보 담수 이후 안개가 짙어지고 겨울철 기온이 떨어져 시설농가들의 피해가 크다"며 "지하수위 상승으로 채소 뿌리가 썩는 병도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선길 대책위 회장은 "남지 길곡 월령 등 함안보 인근 700~800여 농가 입장에서는 보가 없는 게 농사짓기에 좋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상류지역 농민들은 담수 이후 농사짓기 좋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함안보 담수로 인한 주변 농민들 피해액은 연간 100억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돈의 1/10만 써도 상류 농민들 농업용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0월 29일 오후에 만난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의 한 수막재배 농민은 "함안보 물을 빼고 나서 지표수 펌프로는 양수가 안된다"며 "깊은 관정에서 수중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낙동강 수질 때문에 보 개방을 하겠다면 수막재배를 하지 않는 여름에는 물을 빼고, 겨울에는 담수를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아니면 금강 백제보 인근 비닐하우스 단지처럼 정부에서 수막재배에 필요한 관정을 추가로 설치해주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