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건' 주심판사 등 보직이동
대법원 정기인사 '양승태 재판부'는 전원 교체
대법원은 법관 930명의 정기 인사를 3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인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414명과 고등법원 판사 54명, 지방법원 판사 462명 등이 자리를 옮긴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35기 판사들이 처음으로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맡게 됐다.
우선 위안부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에 변화가 있다. 주심을 포함한 배석 판사 두명이 서울동부지법과 춘천지법 속초지원으로 각각 이동한다. 재판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하지만 민사15부 재판을 그대로 맡을지는 확실치 않다. 민사15부는 지난달 13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판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고를 이틀 남기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재판을 속행하겠다고 밝히고 다음 기일을 3월로 연기했다. 주심을 포함한 배석판사들이 모두 이동함에 따라 이 사건은 판결이 나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년째 심리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도 바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재판부는 재판장을 포함한 3명의 판사가 모두 이동한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동부지법으로, 배석 판사 2명은 각각 서울동부지법과 전주지법 남원지원으로 이동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사건을 배당받은 형사합의 25-2부에서는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한다. 형사25-1 재판장인 김선희 부장판사도 서울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재판부는 전국 지방법원 중 첫 형사 경력대등재판부로 지난 1년간 각종 사건을 맡았다. 가장 주목을 받아온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이다. 또 '검언유착' 사건을 담당한 형사1단독재판부 박진환 부장판사는 대전고등법원으로 이동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이번 보직 이동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재판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업무방해 혐의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담당해 왔다.
소속 법원을 옮기지 않더라도 재판부 구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각급 법원은 판사들의 보직 이동이 마무리 된 후 재판업무를 나누는 사무분담회의를 거친다. 이에 따라 판사가 같은 법원에 남아 있더라도 재판부가 변경될 수 있다. 대개 업무량이 많은 영장사건을 비롯해 형사재판을 오랫동안 담당한 판사에 대해서 민사부 등 비형사부서에 배치하게 된다.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보수단체 2곳에 집회금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박형순 부장판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한 홍순욱 부장판사는 모두 서울북부지법으로 옮긴다.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시정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담당한 행정합의3부 유환우 부장판사는 유임됐다.
또 서울남부지법에서 '정인이' 양부모 사건을 심리하던 형사합의15부 재판장인 신혁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한다.
한편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비법관 기조로 한다는 취지에서 상근법관 수를 5명으로 줄였다. 지방·고등법원 인사 이원화를 위해 경력 법관 28명이 고법 판사로 자리를 옮기고 지방에서 장기근무할 법관 128명도 선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지역법관제도를 없앴으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인사권한을 축소하고 재판부의 잦은 교체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정기인사에서 퇴직하는 법관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9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27명, 고등법원 판사 7명, 재판연구관 2명, 지방법원 판사 5명 등 50명이다. 한때 80명 이상이 퇴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