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평가제 맞게 대입제도 재설계해야

2021-03-17 11:44:03 게재

교과+종합전형 통합, 수능 절대평가로

성취평가제에 맞는 대입 제도는 '정성 평가'와 '과정 중심 평가'여야 한다. 선택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마다 과목 이수 이력이 달라진다. 교과성적을 기계적으로 전산처리하는 방식의 대입 전형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성취평가제에서 수업을 이수한 학생과 학교의 여건, 과목 특성에 따라 성취도별 학생 비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설문에서도 확인된 결과다. 지난해 운영된 진로선택과목 평가 사례 107건을 분석한 결과, 성취도별 비율 분포에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수학'의 경우 학교마다 A 비율이 최소 10%에서 최대 80%까지, '화학Ⅱ'는 최소 6%에서 최대 75%까지 차이가 있었다.

15건으로 가장 많은 사례가 수합된 '기하' 역시 A 비율은 최소 17%에서 최대 50%까지 다양했다. 과목 구분 없이 보면 성취도 A 비율은 최소 6%에서 최대 100%까지 벌어진다.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 비중이 지필평가보다 높을수록 성취도 A 비율이 높았다.

성취평가에서 성취도별 학생 비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이 열심히 배워서 성취도 A 비율이 높다면 성취평가제의 교육적 취지를 이상적으로 구현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성취도별 비율 분포가 학교마다, 과목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상황에서 이를 정량화할 경우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진로선택과목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서류 정성 평가를 결합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동국대의 학생부교과전형이 대표적이다. 상대평가인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석차등급에 따라 정량평가하고, 성취평가가 적용되는 진로선택과목은 서류 40%로 정성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재원 동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교마다 성취도별 비율이 차이가 크다는 것은 성취 수준을 점수화해 정량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며 "교과 전형을 설계할 당시 진로선택과목의 평가 체계가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 서류 40% 정성평가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 팀장은 "이번 설문 결과에서 성취도와 수행평가 비율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고교의 평가 기준이 교과지식보다 학생의 수업 참여도와 의지 등을 중시하는 쪽으로 간다면 대학 역시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와 의지, 탐구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데 충분한 변별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 전형 설계는 교육부 방침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 교육부는 교과전형과 정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학교 현장의 회의적인 시각이 컸던 이유다. 주 교장은 "과목 선택이 자유로워지는 등 성취평가제의 긍정적 효과는 교사들이 먼저 체감했다"며 "정치적 이유로 학교 수업, 평가와 대입 제도가 괴리되는 상황을 더 이상 끌고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존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통합해 학생부 위주 전형을 재설계하고, 상대평가인 수능 역시 교과와 동일한 맥락의 절대평가로 전환해 대입 제도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

주 교장은 "고교학점제로 가기까지 이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현장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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