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취임 100일 맞는 바이든 ‘서민엔 집중지원, 부자엔 증세’

2021-04-06 12:26:18 게재

이달 말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반 국내정책은 서민에겐 ‘아낌없는 지원’, 부자와 대기업에겐 ‘거의 30년 만에 첫 증세’로 요약된다.

바이든정부는 미국구조계획법에 따라 미국민 1인당 1400달러, 부부 2800달러, 4인가정이면 5600달러씩 지급하고 있다. 부양자녀 1인당 매월 250~300달러씩 제공할 채비도 하고 있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ACA건강보험료’도 1인당 평균 매달 70달러씩 낮춰주고 있다. 노년층과 장애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현재 65세 이상 은퇴자들이 대상인데, 이를 60세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바이든정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마련한 부자 감세안의 시효를 당초 2025년에서 대폭 앞당길 방침이다. 부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올려 향후 10년간 2조5000억달러를 더 거둬들이려는 목적이다. 바이든정부의 이런 정책은 미국민 다수로부터는 환영받고 있으나 부자와 대기업을 대변하는 공화당과의 전면전을 부르고 있다.

건강보험료 정부보조금도 늘려

바이든 미국구조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ACA 건강보험’의 월 보험료가 1인당 평균 70달러, 부부는 100~200달러 인하됐다. 정부보조가 늘어나 미국민 900만명 이상의 월 보험료가 낮아지는 혜택을 보게 된 것.

ACA 오바마케어 이용 자격자들은 1인당 평균 70달러의 세액공제(tax credit)가 추가되면서 그만큼 월 보험료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연소득 6만 5000달러인 부부인 경우 기존 세액공제액이 월 1336달러였으나 미국구조법에 따라 1448달러로 112달러 늘어났다. 월 보험료가 112달러 줄어든 효과를 봤다.

미국구조법에 따른 정부보조는 소득계층별로 다소 차이가 난다. 빈곤선의 150%인 개인은 1만9320달러, 부부 2만6130달러 이하의 소득계층은 현재 전액 정부보조로 월 보험료를 충당하는데 이번에 33달러를 지원 받아 더 좋은 보험으로 변경하거나 후일 환급 받게 된다.

빈곤선의 150~250%인 개인 3만2200달러, 부부 4만3550달러 이하 구간에는 가장 많은 790만명이 분포한다. 이들은 1인당 매월 45달러를 추가로 보조받는다.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소득계층은 빈곤선의 400~600% 사이인 중산층·중상층 350만명이다. 이들은 기존엔 정부보조가 거의 없었지만 이번에 1인당 평균 213 달러를 지원받는다.

노인·장애인 의료보험 65세→60세로

오바마 케어 추가 정부보조금은 올해와 내년 2년간 시행되는데 4월 하순에 발표하는 인적인프라 플랜에선 이를 수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년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를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0세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메디케어 대상에 2300만명이 추가돼 노년층 의료지원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미국재건’ 패키지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사회인프라인 ‘아메리칸 잡스’ 방안이고, 두번째는 4월 하순 발표할 인적인프라인 ‘아메리칸 패밀리’ 방안이다. 아메리칸 패밀리의 핵심은 미국민 헬스케어 확대인데, 이를 위해 메디케어 자격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0세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의 예측이다.

메디케어 이용자격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60세로 낮추면 메디케어 이용자들은 현재 6000만명에서 2300만명(38%)이 추가된 83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바이든정부는 이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제약사들과 메디케어 처방약값 인하를 협상해 10년간 5000억달러 가까이 절약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초당파적인 의회예산국(CBO)은 메디케어 처방약값을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메디케어 예산을 10년간 456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미국 메디케어 이용자들은 65세 이상 노년층 5260만명과 장애인 870만명 등 모두 6120만명이다.

학자융자금 5만달러 탕감 모색

대학 학자융자금을 얼마까지 탕감해줄 것인지를 놓고 바이든 대통령은 1만달러를 고수해왔지만 민주당은 5만달러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를 검토중이다. 최종결론은 수주 뒤 내려질 것으로 보이다. 현재 미국민 4300만명이 대학 학자융자금으로 약 1조7000억달러를 빚진 상태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진보파들의 5만달러 탕감 요구에 난색을 표했지만, 대통령 권한으로 5만달러 탕감이 가능한지 연방교육부에 검토를 지시했다. 백악관 론 클라인 비서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구엘 카도나 연방교육부 장관에게 대통령 권한으로 학자융자금 부채를 5만달러까지 탕감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클라인 비서실장은 “아직 교육부의 검토 결과가 나오지 않아 대통령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몇주 뒤 대통령 권한으로 학자융자금 부채를 탕감해줄 수 있는 법적근거를 찾아내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그동안 융자 탕감규모를 놓고 공개적인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민주당 하원 진보파 의원들과 함께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학자융자금을 5만달러씩 탕감해줄 권한이 있다”며 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들이 관철의지를 굽히지 않자 백악관이 5만달러 전격 검토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1인당 1만달러를 탕감해주면 모두 4290억달러가 소요된다. 학자융자금 전체 인원의 1/3인 1500만명은 전액, 나머지 2/3도 상당 부분 빚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5만달러를 탕감할 경우 6500억달러가 소요된다. 전체 95%가 학자융자금 부담에서 해방된다.

2조달러 재원은 부자·대기업 증세

바이든 대통령은 8년간 2조2500억달러를 투자해 도로와 교량을 개보수하고 전기차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또 공공주택과 홈케어, 초고속인터넷 등 지역사회와 노약자층 지원을 확대해 ‘더 나은 미국 재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필요한 2조달러 재원은 부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올려 충당하겠다며 증세안을 본격 꺼내들었다. 우선순위는 대기업 증세다. 바이든 증세안은 기업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올린다는 것이다. 향후 15년간 추가로 거둬들일 세입으로 사회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2조달러를 충당할 방침이다.

4월 하순에 공개될 2차 인적인프라 플랜에는 최소 1조달러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민의 건강보험 보조를 확대하고 아동 1인당 세액공제 3000달러를 현행 1년에서 수년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병가나 가족사안에 따른 휴가도 유급으로 확대해 워킹맘들을 대폭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1차와 2차 인프라방안을 합하면 소요될 재정은 3조달러가 넘는다.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에 대한 세제혜택까지 포함하면 4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을 폐기해 부자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린다는 게 바이든정부의 복안이다.

바이든정부는 최고 부유층의 소득세율을 현행 37%에서 트럼프 행정부 이전 세율인 39.6%로 환원할 방침이다. 또 최고 부유층의 기준을 현행 연소득 개인 50만달러, 부부 60만달러 이상에서 개인 20만달러, 부부 40만달러로 대폭 낮추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1차 사회인프라 플랜의 경우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도 상당수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금인상분만 조율하면 1차 플랜이 연방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2차 인적인프라 플랜은 민주당의 독자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