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 무장한 패션플랫폼 잘 나가
무신사·지그재그 상위 5개업체 거래액 3조원
신세계 카카오도 패션플랫폼 경쟁 돌입
트렌드 민감한 2030세대 가장 많이 사용
27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 감소한 40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LF 등 대형 패션업체들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패션 산업군 중에서도 온라인 패션플랫폼은 승승장구 중이다. 무신사를 필두로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 신흥 온라인 패션플랫폼이 패션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최근엔 신세계그룹과 카카오 등 대기업까지 이 시장을 노리면서 패션업계는 물론 이커머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여성복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인수했다.
2008년 문을 연 W컨셉은 현재 입점브랜드 4700여곳, 회원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여성복 플랫폼이다. 지난해 매출은 710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늘었다.
온라인 남성복 업계에 무신사가 있다면, 여성복에서는 W컨셉이 있다.
W컨셉 입점업체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중심이다.
대중적으로 생소한 경우가 많지만, 걸그룹과 연예인 협찬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W컨셉 자체브랜드(PB)인 프론트로우도 배우 김태리, 이성경 등을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신세계가 W컨셉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W컨셉 인수는 온라인 부문 유통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SSG닷컴이 온라인 의류판매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스타일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여성복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법인은 7월 1일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특화돼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지그재그는 20대 여성이 패션 앱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지그재그는 이용자가 자신의 체형 정보와 취향을 입력하면 좋아할 만한 옷을 제시하는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이 강점이다. 지그재그의 월간 이용자수는 약 300만명이고 지난해 거래액은 7500억원으로 5년 만에 4배 가까이 뛰었다.
이 밖에 다른 여성복 플랫폼인 브랜디는 지난해 9월 네이버, 지난 16일에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패션플랫폼에 투자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패션플랫폼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업체의 지난해 거래액을 살펴보면 무신사가 1조2000억원, 지그재그 7500억원, 에이블리 3800억원, W컨셉 3000억원, 브랜디 3000억원 등으로 상위 5개 업체의 거래액만 3조원이 넘는다.
특히 패션 플랫폼 기업은 주요 소비자가 20~30세대라는 점에서 대기업이 볼 때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인수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대기업과 손을 잡은 패션 플랫폼 기업이 앞으로 패션 산업의 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플랫폼 인기비결은 M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데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 순위에 에이블리·지그재그·무신사 등이 이름을 올려 11번가·G마켓·위메프·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플랫폼 기업은 개인 취향에 민감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이들의 소비 데이터를 확보한 대기업 행보에 따라 패션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