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록 도시에 거는 기대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문 기사에서는 이곳의 인기 비결로 '식물원 콘셉트'를 꼽았다. 물건을 사는 쇼핑 공간에 자연의 감성을 담은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비자를 불러 모았다는 분석이다. 기발하다는 생각에 이어 새삼 식물이 지닌 힘에 고맙다는 생각이 미쳤다.
흙을 가까이 하고 식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계절마다 나오는 꽃과 푸른 이파리를 감상하면서 우리는 땅과 식물 생태계의 신비로운 선순환 리듬을 느낀다. '녹색 아파트' '녹색 사무실' '녹색 학교'의 확산에는 식물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담겨 있다. 이는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우리 정부의 발전 전략인 '그린뉴딜'과도 맥이 통한다.
식물이 친환경의 대표 주자로서 도시를 건강하게 하는 근본 원리는 사람과의 공생이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사람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식물은 산소를 방출하고, 사람은 산소를 흡수한다. 식물은 햇볕과 물이 있는 곳에서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면서 주변 토양과 수질을 깨끗하게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이산화탄소 외에 오염된 공기를 함께 흡수해 공기를 맑게 해준다. 이때 증산 작용으로 발산된 수분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더운 공기를 식혀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식물이 환경을 위한 자연에너지 활용기술(passive system)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식물들을 적재적소에 심고 최적의 방법으로 가꾸는 것에 대한 인식은 식물의 가치만큼이나 보편화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건물과 도로 등 우리가 사는 도시는 매우 다양한 환경 조건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물을 통해 도시 환경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 조건에 맞는 식물을 심고 식물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알맞게 관리해야 한다. 농가에서 건강하게 재배한 화단용, 정원용 식물들을 알맞은 환경에 심고 잘 자라도록 하려면 토양 관리와 함께 물 양분관리 등 농업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기후 특성에 적합한 도시 녹화용 식물을 발굴하고 옥상과 벽면, 수변 등 특수한 공간을 푸르게 가꾸는 특화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후 환경에 적응성이 높고, 경관 가치가 뛰어난 식물에 관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적정 관리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한 도시환경 맞춤형 디지털농업 기술을 정립해 가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의 하나로 도시와 국토의 저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림업 분야에서는 생태자원을 활용한 탄소 흡수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탄소를 줄이는 것은 작은 실천, 작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도심 속 식물을 가꾸는 도시 녹화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공적 냄새가 짙은 회색 공간을 밝히는 초록 식물들이 제 빛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기능을 발휘한다면 인간 또한 그 안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기업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이 만들어진 것이 37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강산을 넘어 도심을 푸르게 만드는 녹화 연구에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