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인근에 폐기물매립장
쌍용매립장 침출수 한반도습지 '위협'
한반도습지 옆 '우라닌' 유출 확인 … 직선거리 4.5km, 해발고도 40미터 이상 차이
"쌍용이라는 고유명사는 양회공장 건설부지로 예정되어 있던 강원도 영월군 서면(지금은 한반도면) 쌍용리의 지명에서 연유한 것이다. 쌍용리의 현 영월공장 부근에는 절벽을 이룬 석회석 산에 두개의 수직굴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
- '쌍용양회 30년사' 중에서
쌍용C&E 산업쓰레기매립장 추진 예정지에는 쌍용의 전설이 깃든 두개의 수직동굴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안 나오는 내용이다.
쌍용C&E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 인근에는 분화구처럼 움푹 꺼진 돌리네가 여러곳 분포한다. 습기에 약한 배추들이 이런 돌리네 지형에서 잘 자란다. 비가 와도 씽크홀을 통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쌍용C&E의 '엘-프로젝트 조성사업'은 이런 지형에 독성이 강한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고 지붕 없이 흙으로 덮어두는 것이다.
"쌍용 산업폐기물매립장 추진지역에 주입한 형광물질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한반도습지 상류에서 유출됐다. 매립장 침출수가 서강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영월 한반도습지에서 만난 엄삼용 동서강보존본부 상임이사의 말이다.
엄 이사는 "유출 지점은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 4.5km 상류에 있지만 두곳이 서로 지하수로로 연결돼 있어 형광물질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일 오전 11시 경 한반도습지 인근을 산책하던 주민이 서강 지류가 녹색 형광물질로 뒤덮인 것을 발견했다. 당시 이 지천 상류는 바짝 마른 상태였다. 형광물질이 위에서 흘러내려왔을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었다. '우라닌'이라고 불리는 이 형광물질은 지난 1월 12일 쌍용C&E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중인 폐광지에서 침출수 유출을 확인하기 위해 투입한 것이다.
구글어스로 두 지점의 해발고도를 비교해보면 산폐장 예정지는 해발 250~270미터, 한반도습지 옆 유출지점은 해발 217미터로 나타난다.
쌍용C&E는 1962년 5월, 2개의 수직동굴이 있던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리'에서 시멘트공장을 시작했다. 2개의 수직동굴은 '쌍용굴'로 불렸다. 그래서 동네 이름이 쌍룡리였고 회사 이름도 '쌍용양회'로 지었다.
◆한반도습지와 지하수로 연결 = 석회동굴은 흐르는 물에 석회암이 녹아내려서 만들어진다. 석회암이 물에 녹는 속도는 1년에 0.1mm. 거대한 수직굴이 있었다면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렸다는 뜻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토목지질공학)는 "산폐물매립장 예정지와 한반도습지는 단층대와 습곡 등으로 지하수가 서로 연결된 구조"라며 "이 사이에는 거대한 지하호수 등 대수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매립지 하부를 4겹으로 방수 처리를 해서 침출수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지만, 그 방식은 물을 담는 단지만 보고 그 단지가 묻혀 있는 땅속의 구조는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쌍용 산업폐기물매립장의 매립면적은 19만㎡으로 국제경기용 축구경기장(110×75m) 25개를 합친 넓이다.
매립용량은 560만㎥(루베), 매립기간은 16년에 이른다. 반입 폐기물은 '사업장배출물'이 90.8%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한 건설폐기물은 9.2%에 불과하다.
사업장 부지가 이렇게 넓으니 매립장 위에 지붕 구조물이나 에어돔을 씌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많은 비가 내리면 다량의 침출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 구조다.
◆람사르에 등록된 한반도습지 = 여기서 4km 떨어진 곳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영월 한반도지형(명승 제75호)과 2015년 5월 13일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한반도습지가 있다.
2012년 1월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한반도습지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어름치' '원앙', 멸종위기 어류인 '돌상어'와 '꾸구리' '묵납자루', 희귀식물 '층층둥굴레'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다.
엄 상임이사는 "한반도면 쌍용출장소에서 720미터, 쌍용4리 마을회관 810미터, 쌍용 소방서 930미터, 쌍용초등학교 1.4km에 불과한 곳에 유해한 분진이 발생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쌍용C&E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하라" = 제1지구 채굴이 이미 오래 전에 종료돼 채굴 실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쌍용C&E는 산업자원통상부에 채굴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해 채굴권을 연장하고 폐광 복구를 미뤄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천 영월 단양 충주 등 남한강 수계 주민들은 지역별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관련된 규정과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부는 이미 채굴이 종료된 폐광산에 대한 복구의무가 정확하게 행해지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환경부에 △쌍용C&E의 산업폐기물매립장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할 것 △지난 2년간 10차례 환경오염등의 이유로 사용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쌍용C&E에 대한 환경부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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