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성장 보령민물생태관 대표

"아이들이 내 고장 물고기는 알고 자랐으면"

2021-05-31 13:39:04 게재

자연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규정할 수 없어 ··· 인간 잣대로 재단하는 건 오만

"자연을 어떤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A는 B라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요. 인간의 잣대로 자연을 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20일 조성장(64) 보령민물생태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 남준기 기자

그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민물고기 전문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10살 때부터 미꾸라지 실뱀장어 등을 잡아서 파는 어부 생활을 해야 했다.

가족의 생계 때문에 학교에 가는 날보다 빼먹는 날이 더 많았지만 민물고기를 발견하는 일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뛰어난 그의 실력에 소위 대학에서 학위를 딴 전문가들도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민물고기 연구사업에 뛰어들어 각 대학 및 연구소 등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멸종위기종 미호종개가 마음껏 살았으면

우리나라 생태계 보호에 애정과 정성을 쏟았던 고 구본무 LG상록재단 초대 이사장 1주기를 기념해 나온 '한국의 민물고기'를 만들 때도 각 분야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의 민물고기'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관찰되거나 기록된 모든 민물고기 총 21목 39과 233종을 3차원 세밀화로 수록한 도감이다.

조 대표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4대강사업 때문에 우리 소중한 물고기들이 피해를 본 것은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하천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을 4대강사업 탓만 할 수는 없어요. 프레임 싸움에만 머물러 있으면 정작 제대로 된 진단이 어렵습니다. 덩달아 자연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어요."

조 대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인간의 가치관으로 자연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나라 민물고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보다 측면이 훨씬 예뻐요. 동네에서 미꾸라지 실뱀장어를 잡다가 서천 영광 등 서해와 남해안 일대까지 물고기를 찾아 돌아다녔죠. 보면 볼수록 예쁘더라고요.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서 책을 뒤적이다가 하나둘 영역을 넓혀 공부를 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죠."

조 대표는 지난 18일 금강 지천 일대에 사는 민물고기 모니터링을 했다. 금강유역환경청 허가를 받아 멸종위기종 관찰 작업을 했고 백제보 아래 금강으로 합류하는 지천에서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집단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모니터링은 내일신문 동행취재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미호종개는 잉어목 미꾸리과의 민물고기로 천연기념물 제454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바닥이 모래로 이뤄진 얕은 곳에 서식한다.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하천 바닥에서 살아가는 민물고기다. 긴 입수염이 흰색이라서 흰 수염의 민물고기라는 뜻의 흰수마자로 불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다. 이들 모두 허가 없이 포획할 수 없다.

환경문제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등은 4대강사업 이후 점차 줄어들다가 거의 절멸 상태였어요. 지난해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번 모니터링 작업에서도 여러 마리를 만났네요. 앞으로도 예전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문을 연 지 2년 만에 세종보 인근에서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생태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교육이 필수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체화되면 자연히 그 사회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이다.

"적어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어떤 민물고기가 분포하는지는 알았으면 합니다. 학교 수업시간 중에 일정 부분 시간을 배정해 아이들이 학교 인근 하천으로 물고기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소중한 자연을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 시민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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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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