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포스트코로나 여름 소비 트렌드 2제

벽걸이 넘어선 창문형, 에어컨 판도 바꿀 판

2021-06-08 11:49:16 게재

'편리+가성비'에 1인가구·MZ세대 선호 … 손 놨던 대형가전업체도 판매경쟁 동참

창문형 에어컨시장이 뜨겁다. 이른 더위 탓만은 아니다. 1인가구는 물론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 여름 필수품으로 떠올랐을 정도로 인기다. 설치도 편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다. 창문형 에어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 소음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사진 파세코 제공


중견업체 뿐아니라 대형가전업체까지 창문형 에어컨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젠 손놓고 있을만큼 작은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벽걸이 에어컨이 대세였던 소형 에어컨시장 판도마저 바꿀 판이다. 코로나19 이후 여름소비시장 새풍속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8일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졌던 창문형 에어컨이 벽걸이 에어컨과 격차를 줄이며 소비자 관심도 역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 27일까지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무더위가 오기 전인 5월부터 에어컨 관심이 높아지는 데 최근엔 창문형 에어컨이 단연 관심 대상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수십년 전 출시되었던 제품. 벽걸이형, 스탠드형 에어컨 등 다양한 에어컨이 나오면서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최근 2년새 '창문형 에어컨'은 벽걸이 에어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음이 있지만 설치나 청소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었다.

창문형 에어컨이 처음 떠오른 2019년 '파세코' 제품(사진)이 소음과 가격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어 창문형 에어컨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2020년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따지며 벽걸이 에어컨의 대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파세코가 중심이었던 시장에 삼성전자, 쿠쿠 등 대기업들도 가세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 1위 기업은 파세코다. 이 회사는 2019년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에어컨이 주를 이루는 시장 틈새를 공략해 창문형 에어컨을 내놨다.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은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15만대 이상 팔렸다.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파세코의 지난해 매출은 2년 전보다 3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배 이상 뛰었다.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1인가구 증가세와 코로나19 집콕 효과로 분석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각 방마다 냉방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설치가 비교적 쉬운 창문형 에어컨이 각광받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전문 기사를 불러 설치하는 일반 에어컨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창문 프레임을 설치하고 제품을 끼우면 끝난다. 실외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간 활용도도 뛰어나다.

시장이 커지자 대형 가전업체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4월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을 재출시한 것은 20여 년만이다. 비스포크에 활용되는 색상을 도입해 차별점을 줬다.

윈도우핏 역시 파세코 제품과 마찬가지로 창문에 전용 프레임과 에어컨을 부착하면 돼 복잡한 설치과정이 필요 없다.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계절에 분리하기도 쉽다. 열 교환 과정 중 발생한 수분을 팬을 통해 자연스럽게 증발시키는 방식을 적용해 별도의 배수관 설치도 필요 없다.

국내 에어컨 3위 기업 위니아도 삼성전자와 같은 시기에 '위니아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위니아는 저소음, 초절전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인버터 모델에 적용된 정음 모드를 통해 도서관 실내 수준의 소음을 낸다.

쿠쿠홈시스도 지난달 '인스퓨어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였다. 기존 에어컨 사용 때 설치에 제약이 있는 점을 해소하고 1~2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며 소형 에어컨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쿠쿠홈시스 설명이다.

창문형 에어컨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제품 모두 기능·품질 측면은 상향평준화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크기, 사후관리 등이 차별화한 전략에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바뀐 생활상과 1~2인가구가 증가하는 인구변화 등으로 생활가전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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