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아스콘 공장 발암물질 배출 '방치'
인천·부산만 변경허가
관련법 개정 1년 넘어
업계 "시설폐쇄 가혹"
관련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스콘 업체들의 특정 대기오염물질 배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과 인천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검사 장비 부족' '아스콘업체 검사 기피'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도로포장용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를 제조하는 제조사들은 전국에 550여개 산재해 있다. 아스콘업체는 그동안 먼지 등 일반 대기오염물질 배출신고·허가 대상이었지만 인근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민원이 잇따르자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특정 대기오염물질 신고·허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인천시는 지난해 이들 업체들에게 벤조(a)피렌 등 관련 물질 배출신고 및 허가를 다시 하도록 조치했다. 부산시는 부산경찰청이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수사에 나서자 부랴부랴 변경허가를 받지 않는 곳에 대해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했다. 인천시는 아스콘 업체 18곳 중 17곳이 서구 검단 등에 몰려 있어 민원이 계속돼 타 지자체 보다 행정조치가 신속히 이뤄졌다.
반면 수년 전부터 안양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았던 경기도의 경우는 최근에야 도내 업체들에 대해 현장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환경부 관련 규칙이 변경되면서 아스콘업체들에게 "대기배출시설 변경신고(허가)서를 내라"고 수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일부 업체들만 이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들이 방지시설 등 변경신고를 위해 시간이 달라고 해 지난 해부터 지금까지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 업체가 많아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와 울산시 등 대다수 지자체들은 아직 변경신고(허가)를 하라는 공문 조차 발송하지 않고 있다. 업체들의 불법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올해 들어서야 벤조피렌 등에 대한 검사장비를 도입했다"면서 "하반기에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획관리지역 공장 폐쇄 위기 = 문제는 공업지역이 아닌 도시 인근 '계획관리지역'에 있는 아스콘 공장들이다. 아스콘연합회에 따르면 550여개 가운데 70%가 계획관리지역에 산재해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계획관리지역에는 특정 대기오염물질 신고기준이 엄격해 기존 아스콘업체들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경우 시설을 폐쇄하도록 돼 있다.
부울경의 경우 80여개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획관리지역에 있다. 이들 업체들은 "과거에는 없던 특정 대기오염물질 배출 신고를 새로 하라고 하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부울경 아스콘협동조합 관계자는 "연료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허용기준을 충족할 만한 방지시설이 없다"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훨씬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소각장이나 발전소 등은 예외규정을 두면서 아스콘업체만 문을 닫으라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관계자는 "방지시설 설치에 따른 부담은 이해하지만 환경인식이 높아지는 시대적 추세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인천 서구는 환경부가 시행하는 '소규모 사업장 대기 개선 지원 시범사업' 공모에 응해 아스콘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 아스콘 업체 대표는 "선진국의 경우 도심 한 가운데 아스콘 공장이 있다"면서 "좋은 설비와 방지시설을 갖추면 충분히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특정대기유해물질'은 대기오염물질 중 저농도에서도 장기적인 노출 등으로 사람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위해를 끼칠 수 있어 대기 배출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물질을 말한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벤젠 불화수소 등 35종을 분류해 놓았다. 환경부는 2020년 1월 1일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정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벤조(a)피렌 등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특정 유해물질 8종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