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는 치매국가책임제

가정생활 같은 치매서비스 늘린다

2021-06-25 11:13:35 게재

치매당사자 건강 유지· 인지개선 돌봄 다각화 … "치유농업 활용, 인지개선과 삶의 질 높여야"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10.3% 정도가 치매질환자로 추정된다. 치매 당사자와 가족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치매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로 삼아 전국 256곳에 치매안심센터 구축과 인력배치 등이 추진됐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폭넓은 대응은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 치매당사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돌봄·지지환경을 더욱 확장하고 거주주택이 보다 안전하고 요양시설 운영 등이 개인생활을 존중하는 쪽으로 진화해야 한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현황을 둘러보고 치매당사자와 가족이 평온히 생활할 수 있는 치매 돌봄 개선안을 찾아봤다.

충북 청주 더자람농장 이용자들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더자람농장은 치매안심센터 연계 '어르신 인지건강 특화 치유농장'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더자람농장 제공


전세계적으로 치유가능한 치료제가 없는 치매. 만성질환이나 뇌신경 이상 등으로 발생하는 치매는 치매 당사자나 가족들이 온전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고령인구의 급증과 그에 따른 만성질환자 발생은 늘어나고 더불어 치매환자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813만4674명 가운데 추정 치매환자수는 84만191명이다. 추정 유병률은 10.3% 수준이다. 2030년에는 전체노인의 10.5%인 136만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9월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했다.

◆치매국가책임제, 경제적 부담 감소 등 성과 = 치매 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는 치매 예방부터 돌봄치료 가족지원 등 국가 차원의 전주기적 관리체계를 구축 중이다.

2019년 말까지 전국 256곳 시군구에 치매관리체계의 지역 허브기관인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됐다. 이어 2021년 4월 기준 치매안심병원 4개, 치매전담형 요양기관 253개 등 국가 차원의 치매치료 돌봄 인프라가 꾸준히 갖춰지고 있다. 나아가 치매안심센터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센터의 분소도 176개로 늘렸다.

치매안심센터에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루고 상담 진단과 예방활동, 사례관리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12월까지 누적서비스가 심층상담 413만5286건, 선별검사 444만7521건에 이른다.

치매검사를 위한 신경인지검사비가 30만∼40만원에서 15만원으로, MRI비가 60만원에서 14만∼33만원으로 줄었다. 중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최대 50%p 줄였다.

국민의 75%는 긍정 평가를 했다. 경제적 부담감소와 돌봄지원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올해 4월 20일 우리나라의 치매 국가책임제와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의 치매진단, 치료, 관리, 가족돌봄의 정책과 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용인해바라기요양원에서 한 어르신이 정원을 바라보며 쉬고 있다. 사진 용인해바라기요양원 제공


◆거주생활공간으로서 요양시설 전환 = 하지만 치매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다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국적 인프라 구축 등 제도화가 안착되고 있지만 거주주택에서 안전하게 돌봄이 이뤄지고 활동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요양원 등 시설들이 생활거주공간으로 질적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어르신들이 오실 때는 "방 하나 얻어 이사온다"는 분위기로 요양원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2인실이라 해도 출입을 달리 한다든지 방을 어르신의 욕구에 따라, 그리고 어르신들의 심리 신체적 건강 거동상태를 고려해 꾸미고 있다. 침대는 낙상위험과 이동편의를 동시에 고려해 설치했다.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 올 수 있는 곳이자, 정원이나 텃밭에서 어르신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도록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용인해바라기요양원(9인 정원,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배정은 원장이 요양원 모습을 소개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사회로 진입이 빨랐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치매환자 개인의 생활영역을 존중하는 거주공간 마련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개선정책을 추진했다.

독일의 경우 기존 입소시설의 대안으로서 주거형태 도입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들이 진행 중이다. 주거공동체가 시험되고 요양시설의 1인실화가 추진 중이다. 주택 개보수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일본의 경우 안전한 주거가 가능하도록 주거환경 개선, 노인이 이용가능한 임대주택 확보, 시설에서 생활하더라도 개인의 존엄한 생활 유지를 보장하는 유니트케어의 보편적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유니트케어 시설환경은 시설 중심의 생활단위를 최소화하고 간호돌봄을 보장하면서도 이용자의 개별성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집과 같이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조성 등을 통해 거주노인에 대한 돌봄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것이다.

김현주 연희시니어스너싱홈 원장(간호학 박사)은 "치매 당사자나 요양서비스 이용자가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그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체계가 구축되어져야 한다. 개인의 취향, 경제적 여건, 건강유지에 도움되는 치매-요양돌봄 서비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는 획일적이지 않으면서도 민간에서 치매-요양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차별화되고 세분화하려는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도 인지 개선, 중증화 방지 강화 = 치매질환의 특성상 치매 경증질환자의 중증화 예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내실화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도 인지장애는 2018년 167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치매 위험인자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경도 인지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7만6045명이다. 최근 10년간 19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경도 인지장애로 진료받은 경우가 18만8804명으로 남성의 2.2배이다. 연령구간별로는 75∼79세가 6만3327명, 70∼74세 5만6284명, 65∼69세 4만5694명으로 나타났다. 65세 미만도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매년 일반 노인인구의 1∼2%에서 치매로 진행하는 데 비해 경도 인지장애 노인은 5∼10%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절한 관리로 25∼30%는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치매 진행을 줄일 수 있다.

복지부는 농업진흥청과 협업으로 '치유농업 활동이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노인의 객관적 주관적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우울감 개선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복지부는 올해 농진청과 협력과제를 통해 인지중재형 치유농업프로그램을 적용한 어르신 인지건강특화 치유농장 9개소(도별 1개)를 육성하고 효과를 검증한 후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선정된 농장들은 화훼-알로에-허브-식용꽃 등을 이용한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주요활동으로 진행한다.

복지부 김지연 치매정책과장은 "치매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온전하게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이용자 중심의 치매정책 내실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치매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치매-요양돌봄 기관, 전문학계 등의 다양한 혁신적 대안을 모아 치매안심사회로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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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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