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 본 꿈의 치료법, 전세계가 기대

2021-06-28 11:39:55 게재

mRNA 혁명 I ... 슈피겔 “백신 성공신화는 시작에 불과, 암과 치매 등 불치병 정복 기대”


심장이 박동을 멈추면 의사들은 미래의 치료법을 쓴다. 관상동맥우회술을 중단하고 극미세 바늘을 사용해 환자의 심장 근육에 30번 주사제를 넣는다. 각 회당 약 200마이크로리터(100만분의 1리터) 약물이 들어간다. 약 10분간 주사액이 주입되면 의사들은 심장절개 수술을 완료한다. 그러면 심장은 다시 박동한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에 보다 많은 혈액을 흘러들어가게 하지만 심장병 자체를 치료할 순 없다. 반면 30번에 걸친 주사는 심장병을 치료하는 마법의 약물 메신저RNA(mRNA)를 담고 있다. 새로운 관상동맥을 만들어내는 생명공학물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mRNA 기술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모더나가 생산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기록적인 단시간 내 개발, 승인됐다. 효과도 90%로 매우 높다.

백신의 기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mRNA 기반 하이테크 의학이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질병을 고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mRNA 연구자들은 에이즈와 독감, 결핵, 다발성경화증, 류머티즘, 모든 종류의 알러지, 알츠하이머, 낭포성섬유증, 무릎관절염, 척추디스크, 암(유방 결장 피부 폐 전립선 등) 등에 대한 치료적 접근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심장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다. 첫번째 시험 대상은 핀란드에서 모집됐고, 독일 뮌헨의 의사들이 실험자로 참여했다. 24명의 환자가 mRNA 약물 치료를 받았다. 연구자금은 영국-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지원했다. 이 연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 빠르면 올 여름 실험이 완료될 수 있다.

바이오엔테크 공동창업자 우우르 샤힌은 mRNA 기반 치료법이 조만간 하나씩하나씩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는 “앞으로 15년 동안 새롭게 승인된 모든 치료약의 1/3은 mRNA 기술에 기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NA 시장은 3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기적의 치료약은 환자들이 운명이라고 체념하는 악성질병에 대한 약물과 치료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업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 있다.

질병에 대한 관점과 치료법 완전히 바뀌나

mRNA 잠재력은 오랫동안 과소평가됐다. 해당업계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분야 연구자들은 실험비용을 얻는 데서부터 좌절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팬데믹 덕분에 mRNA 연구자들은 실제 조건에서 임상실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전세계에 mRNA 기술이 실제로 작동함을 증명했다. 두 기업은 올해 말까지 최소 25억회분량의 백신을 만들 계획이다.

mRNA 기술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본 다케다제약은 미국 ‘애니마 바이오테크’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프랑스 사노피는 4억7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타이들 세러퓨틱스’를 인수했다.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 인더스트리즈는 스탠퍼드대 연구자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미 오리건주립대 제약과학부 교수인 가우라브 사하이는 “mRNA 업계는 극도의 희열을 만끽하고 있다”며 “mRNA 기술은 질병을 보는 법, 이를 치료하는 법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세포핵 내 유전물질 DNA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전자가 있는 곳이다.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본 설명서다. DNA 설명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청사진이 만들어져야 한다. 바로 mRNA다. ‘m’은 메신저의 약자로, mRNA는 DNA의 설명서를 단백질이 생산되는 세포의 해당 부분에 전달한다.

그러나 mRNA 분자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쉽게 질적 저하를 겪는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mRNA를 연구할 때 특히 그렇다. mRNA 분자는 인체에 주입되자마자 쉽게 파괴된다. 당연하다. 진화과정을 통해 인간의 면역체계는 외부의 mRNA를 바이러스 또는 병원균으로 인식하게 됐다. 때문에 우리의 인체는 외부에서 주입된 mRNA 분자를 즉시 공격해 구성요소를 망가뜨린다.

오랫동안 mRNA는 치료법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특정 mRNA를 합성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그같은 mRNA 분자를 세포 내에 몰래 주입하는 게 가능할지, 세포들이 합성 mRNA를 통해 원하는 단백질을 상당량 생산할지 등에 대부분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 모든 것이 실제 가능함을 시사한 논문이 199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미국 유전학자 존 A. 울프는 특정 mRNA를 쥐의 근육에 주입해 원하는 단백질이 실제 만들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하지만 울프는 더 유망하다고 여긴 다른 접근법으로 관심을 돌렸다. 3년 뒤 프랑스 연구진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했지만 이들 역시 mRNA 연구를 계속 밀어붙이는 쪽을 선택하진 않았다.

독일 튀빙겐대 박사과정에 있던 생물학자 잉마르 호에르는 달랐다. 그는 mRNA 기술을 파고들기로 결정했다. 그는 특정 mRNA를 쥐에 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mRNA가 쥐의 세포에서 최소 짧게나마 활동한다는 사실,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호에르는 “나는 mRNA의 잠재력을 처음 알아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mRNA 기반 기술을 치료상품으로 생산하기 위해 동료 몇몇과 ‘큐어백’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큐어백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젊은 혁신가 프로그램’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호에르는 증명 안된 바이오기술에 선뜻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는 “한 벤처투자자는 자금 관련 미팅 중간에 일어서더니 그냥 방을 나가버렸다. 또 다른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떼를 썼다”고 말했다.

이 즈음 큐어백을 비롯한 독일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중 한명은 독일 소프트웨어 대기업 ‘SAP’의 공동창업자 디트마르 호프였다. 그는 큐어백에 2200만유 로를 투자했고 이후 수백만유로를 더 투자했다. 현재 그는 큐어백 지분 절반 가까이를 확보했다. 큐어백 사례는 그러나 신기술에 내재한 리스크를 보여준다. 큐어백은 최근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효과가 47%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밝혔고, 주가 절반이 사라졌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안드레아스 슈트륑만과 토마스 슈트륑만 형제였다. 쌍둥이인 이들은 ‘헥살’이라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세웠다. 슈트륑만 형제는 회사 지분을 매각해 56억유로의 자본을 마련했다. 복제약 이상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투자대상으로 바이오엔테크 창업자 우우르 샤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를 골랐다. 이들은 둘 다 의학박사 학위 소지자로 독일 터키계 이민자의 자녀들이다. 홈부르크 소재 자를란트대학병원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들은 mRNA 기술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집중했다. 슈트륑만 형제는 이들에게 수년에 걸쳐 약 2억유로를 투자했다.

형제의 투자는 바이오엔테크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결정적 도움이 됐다. 샤힌 부부는 mRNA 가닥의 양 끝을 변경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극도로 얇은 지방으로 mRNA를 싸 온전히 세포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환자의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들어온 이질적 mRNA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이 지점에서 펜실베이니아대 생화학자 카탈린 카리코가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뇌졸중 치료법 개발에 관심을 쏟았고, 따라서 mRNA 기술을 파고들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전공분야 밖이었다. 카리코는 "아무도 mRNA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어디에서도 연구자금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초 교수 승진을 약속받았지만 경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철회됐다. 그는 보통의 연구자처럼 계약직으로 계속 연구를 이어갔다.

카리코는 우연한 기회에 저명한 면역학자 드류 바이스만을 만나 공동연구를 하게 된다. 두 연구자는 mRNA 수수께끼를 풀었다. mRNA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뉴클레오시드 우리딘은 면역체계의 공격적 반응을 촉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연구자는 우리딘을 다르지만 비슷한 뉴클레오시드로 교체, 원하는 효과를 얻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해당 mRNA는 더 이상 면역체계 거부반응을 유도하지 않았다.

카리코가 몸담은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우리딘 변종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반면 큐어백은 의도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뉴클레오시드 구아노신과 시티딘을 택해 mRNA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당시까진 mRNA 연구를 수행하는 기업 어디도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의 염기서열이 공개됐다. 각 기업은 특정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생산을 지시하는 mRNA를 생산했다. 일단 인체에 주입되면 상당한 양의 특정 단백질을 생산할 것이고 면역체계는 이를 '이질적'으로 간주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억을 갖게될 것이었다.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기록적인 단시간 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고 승인 받았다. 반면 큐어백 백신은 아직 승인을 얻지 못했다. 잘못된 mRNA 변종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크다. 큐어백은 코로나백신 경쟁에서 뒤처졌다.

불치병에 대한 새로운 무기

고전적 의미의 백신은 비활성 또는 약화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성 물질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에이즈와 뎅기열 등 많은 전염병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에도 마찬가지였다. 열대와 아열대지방에서 흔한 말리리아는 학질모기에 의해 전염된다. 말라리아 원충은 'PMIF'라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 인간의 면역체계를 무력화한다. 때문에 첫 감염을 이겨낸다 해도 이후 여러번 재감염될 수 있다. 매년 40만명 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 대부분 아이들이다.

예일대 의대 리처드 부칼라 박사는 현재 PMIF 단백질에 대항하는 mRNA 백신을 연구중이다. 최근 쥐를 상대로 말라리아 감염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는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적으로 이름 난 말라리아 연구자들이 그의 연구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말라리아 백신 임상실험은 현재 옥스퍼드대에서 계획중이다.

부칼라 박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말라리아 백신 실험이 2년 내 시작될 것"이라며 "전세계 대중과 질병관리당국들은 이제 RNA를 실현가능한 백신 기술로 받아들인다. 이전엔 백신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많은 질병들이 이젠 백신의 치료 영역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지원 받는다. HIV와 결핵 백신을 개발중이다. 결핵 사망자는 한 해 150만명이다. 모더나는 곧 에이즈환자나 환자의 신생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시토메갈로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게다가 mRNA 기술은 매년 최대 65만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계절독감 퇴치에 일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용된 독감백신을 만들기 위해 약 5000억개의 달걀을 소비해야 했고, 백신개발 과정도 수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독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 백신의 효능을 저하시킨다.

뉴욕 소재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면역체계가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는 새로운 백신후보를 개발했다. 이 백신을 접종한 쥐들은 치사량의 500배가 넘는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노출된 실험에서도 면역반응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제 다른 인플루엔자 종류에 대해서도 그같은 실험을 계획중이다. 결국 모든 독감 종류에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백신을 생산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암을 잡는 백신?

인체는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매일 수많은 세포가 독성세포로 바뀐다. 담배연기뿐 아니라 자외선이나 유독화학물 때문에도 그렇다. 세포분열 동안 벌어지는 무작위 사고로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세포는 성장을 제어하지 못한다. 거듭되는 증식과 악성종양은 그 결과물이다. 종양은 점점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전이된다. 결국 인체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그 종양은 인체의 필수자원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정도까지 상황이 진전되지는 않는다. 돌연변이 역시 암세포에 대항해 새로운 종양단백질을 생산한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침입자로 인식하는 물질이다. 세포의 이상증식이나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준다. 대부분의 경우 그같은 세포는 즉시 파괴된다.

하지만 암 방어체계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에서만 매년 50만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나온다. 어느 시점이 되면 종양이 생긴 각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그냥 지나친다. 이 세포는 계속 분열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오류를 제거하려 한다.

'독일암연구센터' 종양 면역학자인 닐스 할라마는 "현대 염기서열 기술 덕분에, 한 종양의 유전적 구성을 검사해 건강한 세포조직과 비교하는 게 가능해졌다. 우리는 해당 종양이 어디서 변형됐는지 알 수 있다"며 "개별 환자의 종양 특성을 파악해 어느 지점을 공격지점으로 삼을지 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거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mRNA 기술 덕분에 수많은 종양 단백질이 환자의 몸 안에서 개발된다. 따라서 면역체계가 그같은 단백질, 그리고 종양을 침입자로 인식할 수 있다.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없이 그같은 예방접종만으로 종양을 파괴하고 전이를 막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기대감은 실제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2017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바이오엔테크는 피부암 환자 13명에 맞춤형 약물을 주입했다. 8명의 환자는 12~23개월 동안 병이 재발하지 않았다. 5명 중 2명도 약물의 효과를 봤다. 샤힌과 튀레지는 "13명 환자 전원의 면역체계가 쉽게 확인 가능한 반응을 보였다. 각 환자는 여러 종양 돌연변이 대해 강력한 T세포 반응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결장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mRNA 약물도 개발중이다. 결장암 환자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는 해당 부위를 외과수술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화학요법을 쓴다. 이 방법이 언제나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재발을 겪는 환자는 약 20% 정도다.

결장암 환자들은 표준 치료법에 더해 맞춤형 mRNA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다. 아스클레피오스 종양센터장인 디르크 아르놀트는 "면역체계가 남아 있는 모든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도록 자극 받기를 기대한다"며 "이르면 올해 말 첫 임상실험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암과 결장암뿐 아니라 그외 많은 암을 대상으로 mRNA 치료법이 시험될 예정이다. 독일 백신규제기관인 파울 에를리히 연구소는 췌장과 폐, 유방, 전립선, 뇌, 난소 등의 악성종양에 대한 mRNA 치료 임상실험 29건의 신청을 승인했다.

면역체계를 지도하는 것

병원균 또는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mRNA 약물은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반대효과를 노려 면역반응을 둔화시키는 것도 있다. 자가면역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청소년 당뇨의 경우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섬세포들은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 받는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이 떨어져 혈압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진다. 또 대장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은 만성염증에 시달린다. 건선도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역시 환자 자신의 관절과 힘줄, 피부 또는 내장을 공격하는 이상 면역체계의 산물이다. 전세계인의 약 8%가 자가면역질환을 앓는다. 지금까지 가시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자가면역질환을 고치려면 면역체계가 환자의 장기나 기관을 '이질적'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바이오엔테크 창업자 튀레지와 샤힌이 상당기간 공들여온 부문이다. 일단 다발성경화증을 목표로 삼았다.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 내 단백질을 공격한다. 그러면 중추신경계는 팔과 다리를 정확히 제어하는 능력을 잃는다. 환자들은 종종 탈진이나 저림 현상을 겪는다. 심지어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시신경 역시 나빠져 시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잦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올해 초 논문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최소한 쥐에 대한 실험에서 다발성경화증을 멈출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연구자들은 쥐 뇌의 운동제어 능력을 복원했다. 이같은 성공은 비장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mRNA 덕분에 가능했다. 변형 mRNA를 통해 비장의 면역세포는 인체의 장기를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멈췄다.

이런 접근법은 자가면역질환뿐 아니라 알레르기 대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독일 질병통제센터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에 따르면 어린이의 20% 이상, 성인의 30% 이상이 알레르기로 고통받는다.

잘츠부르크대 리하르트 바이스 교수가 이끄는 면역연구팀은 최근 고초열(꽃가루) 알레르기의 청사진을 담은 mRNA 약물을 개발해 쥐에 주입했다. 그 결과 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았다.

바이스 교수는 "바이오엔테크가 알레르기 치료법에 대한 권리를 사들였다"며 "바이오엔테크의 막대한 자원을 고려하면, 알레르기 mRNA 백신 출시가능성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6월 30일 '메신저RNA 혁명 II'로 이어집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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