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발 수출규제 2년

"수요-공급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

2021-07-02 11:28:08 게재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 … 산업별·단지별·지역별 맞춤형 지원

2019년 6월 30일 오후 4시 30분.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선언했다.
반도체 핵심소재와 부품에 대한 기습적인 조치였다. 그마저 우리정부는 공식 통보가 아닌 외신을 통해 전해들었다. 도발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상당히 많이 준비하고 정밀타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100대 핵심품목의 공급안정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차원(338+α품목)으로 공급망을 확장해 나갔다.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했다.
세트(완제품)와 부품위주 산업구조를 소재 중심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핵심부품의 대일의존도는 감소세로 전환됐고,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공격에 대응해 국민과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로 대응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한 나라의 산업이 일어나려면 전후방 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부품산업의 경우 전방은 완제품, 후방은 소재다. 우리는 후방산업이 부족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재촉시킨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쌍방 과점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후방산업이 약하고, 일본은 전방산업이 약하다"며 "자생력을 키워야할 부분은 키우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요-공급기업간 협력과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소부장 제품은 통상 중간재로서 개발·생산에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요구된다. 따라서 기업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거래가 중요하고, 개발-생산-판매 연계가 필수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수요-공급기업간 대규모 협력 연구개발(R&D) △연대와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산업별·단지별·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지원 추진 등이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지자체 공모를 거쳐 지난 2월 △경기(반도체) △전북(탄소소재) △충북(이차전지) △충남(디스플레이) △경남(정밀기계) 등 5개를 최종 지정했다.

정부는 소부장 특화단지에 공용 테스트베드를 확충하고, 시험분석 절차를 신속 지원할 계획이다. 입주기업의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과정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화 성공률도 높인다.

또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인프라 구축이 까다로운 소부장 산업 특성에 맞게 수도 전기 통신 하수도 폐기물처리 등 각종 기반시설 설치를 돕는다. 입주기업에 대해 '규제 하이패스' 제도를 도입, 신속하고 일원화된 규제대응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경기-반도체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약 20%, 제조업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며 지난 40년간 우리 경제를 견인해왔다. 다만 최근 미국·중국·EU 등의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 추진에 따라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지원이 요구된다.

이에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가 총 120조원을 투자, 50개 이상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함께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내 착공해 2025년 준공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단지 조성 후 상생센터 구축, 공동 R&D, 인재육성 등 상생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약 1조22000억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요-공급기업 공동 R&D는 △(소재) 고순도 합성쿼츠 및 실리콘 전구체, 고해상 PR 소재 개발 △(장비) 금속재배선 일괄공정 장비시스템 개발 △(부품) 노광패터닝 광학계·제어계 핵심부품 개발 등이 예상된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K-반도체 대책'에 따라 용수확보, 폐수처리 등 기반설비 구축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부장 기업의 성장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테스트베드를 용인 클러스터 구축전(1단계-요소기술 검증)과 후로 나눠 2단계(양산성능 평가)로 조성한다.

전북-탄소소재

탄소소재 산업은 2030년까지 10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기술력은 일본이 가장 앞섰고, 미국과 독일이 바짝 추격 중이다. 중국은 대규모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소재·장비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탄소법 제정 이후 지원 강화로 범용소재 분야에서 선진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수요처 확보는 미진한 상태다.

전북 탄소소재 특화단지에는 선도기업인 효성첨단소재와 40여개 협력기업이 입주해있으며, 70여개 기업이 추가 입주 예정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탄소산업 특성상 선도기업 소재(탄소섬유) 생산 → 중간재 기업 가공 → 최종 수요 중소·중견 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다.

이에 효성첨단소재가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단지내 수요·중간재 기업이 부족하고, 수요기업은 영세하다.

따라서 다양한 소재부품-중간재-신규수요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동 R&D를 추진하고, 생산육성 중심지(매뉴팩처링 인큐베이팅 허브) 구축을 통해 시제품 제작 환경도 조성키로 했다.

또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으로 가상현실(Digital Twin)을 활용한 실증지원을 추진한다.

충북-이차전지

이차전지는 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글로벌 수요 증가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규모는 2016년 255억달러(93.4GWh)에서 2020년 461억달러(287.6GWh), 2030년 3517억달러(3392.2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충북 이차전지 특화단지에는 LG에너지솔루션(선도기업)과 40여개 협력기업 입주 중이며, 25개 이차전지 소부장 기업이 추가 입주 예정이다.

4대 핵심품목 중 양극재·전해질·분리막 등 3개 품목과 모듈·팩 기업 다수가 포진해 있다. 경쟁력도 높다. 다만 음극소재 기업이 소수에 불과하고, 경쟁력이 낮은 편이다.

이에 특화단지에서는 △다양한 모빌리티·선박 등 중대형 배터리 신시장 창출 △소재·부품-이차전지-응용산업 연계형 R&D를 추진한다. 아울러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와 함께 고도분석 테스트베드를 구축, 이차전지 성능 및 안정성 평가와 함께 핵심소재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디스플레이

코로나19로 비대면 IT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은 위협요인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을 위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재편을 가속화했다.

충남 디스플레이 특화단지에는 선도기업 삼성디스플레이와 90여개 협력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올해 안에 준공 예정이다.

충남 디스플레이 특화단지의 경우 단지내 핵심 소재부품 기업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연내 준공예정인 아산스마트밸리와 연계, 투자유치를 집중 지원한다. 이를 위해 아산스마트밸리 내 신규투자가 첨단투자로 인정될 경우 그 일부에 대해 첨단투자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밸류체인은 패널 제조 관련 장비기업들이 다수 포진해있으나 핵심 소재부품 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요구하는 기술 구현을 위한 기능성 필름, 본딩(bonding) 소재 등 대한 기술 및 밸류체인 확보가 요구된다. 정부는 소부장 전문인력 양성과 실증기반 구축, 퀀텀닷(QD)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부품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정밀기계

정밀기계 산업은 가스터빈 풍력 방산 항공 등 제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다. 세계시장은 연 15.3%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독일 등 주요 정밀기계 강국은 인공지능(AI) 기반 초정밀 가공기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밀가공장비 분야는 생산 세계 6위, 수출 세계 7위 경쟁력을 지녔지만 하이엔드(High-End)급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경남 정밀기계 특화단지는 기존 창원국가산업단지내에 조성됐다. 두산공작기계, 현대위아, 화천기계의 3개 앵커기업과 100여개 가공장비 관련 협력기업이 입주 중이다.

밸류체인은 선도기업이 정밀기계 6대 핵심부품 등 소재부품을 납품받아 최종 전방산업에 장비를 제공하는 형태의 구조다.

경남 정밀기계 특화단지는 기계금속 소부장 기업의 디지털 제조혁신을 지원한다. 첨단장비, 로봇을 활용한 지능형 표준 모델을 제조현장에 적용, 생산성과 품질 향상이 가능한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AI기반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정밀기계와 AI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이경호 산업부 소재부품장비협력관은 "소부장 특화단지를 통해 공급기업은 과감히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수요기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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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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