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감사의 미래
코로나 맞서 '감사혁신' 일궜다
"직원들은 막막한 표정으로 당황해했다. 벤치마킹할 사례가 거의 없었다. 국내 공기업 중 첫 도전이었다."
한전KPS에서 지난해 '랜선 오디트(LAN線 Audit)'라 이름붙인 비대면 감사를 시작하던 당시 이야기다. 막막하기만 했던 시도는 곧 '표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1 온라인 세계감사인대회'에서 전 지구적 팬데믹에 맞선 사례로 공유됐다.
문태룡 한국감사협회장이 2년에 걸쳐 코로나 사태 한가운데서 감사분야 혁신을 이루어낸 경험과 기업 내부 감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리, '감사의 미래'를 펴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에 도전한 감사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그가 한전KPS 상임감사로 재임하면서 일군 성과가 우선 눈길을 끈다.
국내 60개 사업소, 해외 14개 사업소·지사에서 6500여명이 일하고 있는 한전KPS는 한국전력 계열사로 발전설비 정비업무 상당부분 책임을 맡고 있다. 1~3년에 한번씩 종합감사를 진행하는데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다시 심각으로 격상되던 시기라 사업소 방문과 현장·문서 점검, 실무자 인터뷰 등 통상적인 과정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류'만 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상임감사가 감사 철학과 방향을 공유하는 '마중물 제도'를 시작으로 원활한 감사 수행을 위해 '랩(LAN線 Audit Besins)센터'를 개설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자료를 제출하고 검증·확인했다. 다자간 영상통화 환경도 갖췄다.
보완에 보완을 거친 끝에 10단계 시행절차를 마련했다.
사업소의 어려움·건의사항 청취, 준 감사인을 활용한 비대면 현장점검, 비대면 벤치마킹과 교차감사, 증거서류 전자인증체계 등이다. 결과는 '품질이 더 향상되는 역설적인 경험'이었다.
현장방문과 피감기관의 대응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소요되던 시간이 줄었고 양쪽 모두 실질적인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는 비대면 감사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함께 감사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들려준다. 피감기관을 협력자이자 고객으로 여기면서 '첨단기술을 접목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도움이 되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감사다.
그는 "기업이 혁신적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성장을 지속하듯 감사기능도 팬데믹에 맞서서 새롭게 혁신하고 도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감사가 혁신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