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사육·어류양식도 폭염과 전쟁

2021-07-16 11:57:52 게재

농진청·해수부 사육기상예보 … 성장 감소·대량 폐사 미리 막아야

올 여름에도 2018년에 버금가는 폭염이 몰아칠 수 있다는 예상이 잇따르면서 농어업 현장도 폭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분주하다.
축산농가에서 스마트폰으로 폭염에 따른 가축위험지수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정부도 가축사육·어류양식 관련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15일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피해예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고, 해양수산부도 같은 날 전남 내만에 올해 첫 고수온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양식장 피해 줄이기 위한 현장 지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폭염에 가축 907만8000여마리 폐사 = 농진청에 따르면 전북 남원에서 고기용 닭(육계)을 키우고 있는 한병무씨는 2018년 폭염으로 1000여 마리의 닭이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한씨는 이후 농진청이 개발한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며 날씨변동으로 인한 가축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은 해당 지역 한우 젖소 돼지 닭이 온도와 습도에 따라 실제 체감하는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지수와 사양기술정보를 이동통신과 컴퓨터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축은 기온이 27~30도를 넘어가면 고온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고온이 계속되면 식욕과 성장이 저하되고 질병에 걸리거나 폐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농진청이 지난해 건국대와 함께 '가축더위지수 단계별 생산성 변화'를 연구한 결과 육계는 '양호' 단계 대비 '위험' 단계에서 체중증가량이 46%, 사료섭취량이 30% 감소했다. 호흡수는 3배, 체온은 1.5도 증가했다. 젖소는 '경고' 단계에서 우유생산량이 10%, 사료섭취량은 11% 줄었고 체표면 온도는 4%, 심박수는 22% 늘었다. 한우도 '위험' 단계에서 체중증가량이 45%, 사료섭취량이 30% 떨어졌고 심박수는 26% 상승했다. 2018년에는 31.5일간 이어진 전례없는 폭염으로 가축 907만8000여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은 기상청 동네예보의 온·습도 정보에 따라 양호 주의 경고 위험 폐사 등 5단계로 나눈 '가축더위지수'를 세 시간 단위로 최대 3일치를 알려준다. 그늘막·송풍기·안개분무기 가동부터 비타민·미네랄 증량 급여, 냉수 공급, 수의사 진료 등까지 축종별로 더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양정보기술도 제공한다.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은 축산농장 종합지원시스템 '축사로(chuksaro.nias.go.kr)'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다. 문자 알림 신청을 하면 위험 단계가 예상되는 날 아침 휴대전화로 경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박남건 농진청 축산과학원 동물영양생리과장은 "가축사육 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미리 가축더위지수를 알고 이에 맞춰 대비한다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내만에 첫 고수온주의보 발령 = 해수부는 15일 오후 2시부로 득량만, 함평만, 가막만 등 전남 내만에 올해 첫 고수온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수온주의보 발령기준은 섭씨 28도다. 지난해 8월 14일 제주 연안과 전남 함평만에 고수온주의로를 첫 발령한 것에 비해 한 달 가량 빠르다.

15일 10시 기준 전남 득량만의 바닷물 온도는 28.5℃, 함평만은 28.0℃, 가막만은 27.5℃이다. 이달 초 시작된 장마가 일주일만에 소강상태로 접어든 후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남 내만의 수온이 급상승하고 있다. 득량만의 경우 2주전 25.3℃에서 지난주 25.1℃를 거쳐 28.5℃까지 올랐다.

득량만 등 전남 내만은 수심이 얕고 넓은 갯벌이 분포하는 반폐쇄적 구조여서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 수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물 속 산소가 부족해지고 양식생물의 생리적 기능이 약화돼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고수온 시기에 양식생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먹이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양식생물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동·선별 작업 등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산소공급기와 액화산소 등을 이용해 산소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해수부는 고수온 관심단계부터 전남 내만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해당 지역 양식장을 대상으로 먹이급이 조절, 대응장비 가동, 면역증강제 투여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도를 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고수온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 해양환경 어장정보 시스템 누리집(www.nifs.go.kr/risa)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온정보도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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