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생환하길" 장애 산악인 김홍빈 히말라야서 실종

2021-07-21 10:57:17 게재

구조 도중 로프 끊어져

기상악화로 구조 늦어져

"등강기 2개가 필요하다. 많이 춥다."

열 손가락을 잃은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히말라야 14봉 완등을 마치고 하산 도중 실종되자 국민들은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했다. 광주시와 광주시산악연맹 등은 긴급히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구조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실종된 김홍빈 대장이 히말라야 베이스 캠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등정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김홍빈 페이스북 캡쳐


20일 사고수습대책위에 따르면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한국시간 오후 8시 48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 브로드피크 등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산 도중 7900m 부근에서 빙하가 갈라진 틈(크레바스)에 빠져 실종됐다. 김 대장은 기상 악화로 베이스캠프와 통신이 안 되자 위성 전화를 이용해 지인에게 "등강기 2개가 필요하다. 무전기가 필요하다. 많이 춥다"며 절박한 상황을 알렸다. 이후 캠프에 대기 중인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조난 36시간 만에 발견됐다. 당시 의식이 있었던 김 대장은 등강기를 이용해 올라오는 도중 줄이 헐거워지면서 추락해 다시 실종됐다.

실종을 접한 파키스탄 정부가 구조헬기를 지원했으나 현지 기상악화로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또 등정에 같이 나섰던 대원들도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 회장은 "날씨가 내일까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날씨만 좋아지면 곧바로 구조 헬기를 띄우기로 현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광주시산악연맹은 20일 사고수습대책위를 만들었고, 현지에 있는 대원들과 연락을 하면서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외교부 등의 협조를 얻어 비자 발급과 출국 때 코로나19 검사를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현지요청이 있으면 인적 물적자원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김준영 대책위 실무지원단장은 "무사 생환이 목표"라면서 "현지 안내인 고용 등 구조에 필요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 소식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은 무사 귀환을 염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하산 중에 연락이 두절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졸이다 구조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기쁜 나머지 글을 올렸는데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 대장의 구조와 무사귀환 소식을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광주시민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간절한 소망을 전달했다. 임한필씨는 "이 세상 수많은 장애인분들께 희망을 심어준 김홍빈 대장님께서 무사히 귀환하시길 기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성길씨도 "대장님, 우리 곁으로 무사 귀환 두 손 모아 빈다"고 소망을 전했다.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완등했다. 비장애인까지 포함하면 44번째다. 한국에서도 7번째 완등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91년 알래스카 드날리 등정 과정 때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잃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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