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노회찬의 정신을 계승하려면
2021-07-26 11:51:02 게재
지난 23일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서거 3주기였다. 노 의원은 늘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약자 편에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정치인이었다. 그의 진정성과 한결같음은 진보와 보수진영을 넘어 많은 이들로부터 존중을 받았다.
그런 노 의원이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은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2016년 3월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지만 이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의원의 죽음은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정치자금법이 가진 모순을 여실히 드러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됐다. 개인을 제외한 법인이나 단체는 아예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들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할 길조차 막혀있다. 선거가 임박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나서야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금권선거를 방지한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역 의원, 돈 많고 배경 좋은 정치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현역이 아닌 정치인, 소수정당, 정치신인, 돈과 배경이 없는 정치인들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돈 없는 원외 정치인은 정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노 의원이 정치자금을 수수한 시점은 19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삼성 X파일 폭로'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때였다. 원외에 있으면서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모아두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 준비를 위해 한창 자금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노 의원의 죽음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민의 60% 이상이 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실제 정치자금 수입·지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대신 자금 모집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원외 정치인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 개정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3년이 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탓이다.
노 의원 서거 3주기를 맞아 많은 정치인들이 '노회찬 정신'의 계승을 얘기했다. 노회찬의 정신, 그가 꿈꾸던 세상이 현실이 되려면 노회찬과 같은 정치인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힘없는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노 의원이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은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2016년 3월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지만 이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의원의 죽음은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정치자금법이 가진 모순을 여실히 드러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됐다. 개인을 제외한 법인이나 단체는 아예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들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할 길조차 막혀있다. 선거가 임박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나서야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금권선거를 방지한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역 의원, 돈 많고 배경 좋은 정치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현역이 아닌 정치인, 소수정당, 정치신인, 돈과 배경이 없는 정치인들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돈 없는 원외 정치인은 정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노 의원이 정치자금을 수수한 시점은 19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삼성 X파일 폭로'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때였다. 원외에 있으면서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모아두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 준비를 위해 한창 자금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노 의원의 죽음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민의 60% 이상이 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실제 정치자금 수입·지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대신 자금 모집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원외 정치인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 개정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3년이 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탓이다.
노 의원 서거 3주기를 맞아 많은 정치인들이 '노회찬 정신'의 계승을 얘기했다. 노회찬의 정신, 그가 꿈꾸던 세상이 현실이 되려면 노회찬과 같은 정치인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힘없는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