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공존 정책이 요구된다

2021-08-05 11:01:38 게재
이종욱 신구대 교수

바야흐로 고속철도의 시대다. 고속철도가 개통한 지 어느새 17년 남짓 지났다. 2004년 KTX 개통으로 새마을호 기준 5시간 이상 걸리던 서울~부산은 2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하루 약 8만명이 이용하던 KTX는 2019년 기준 18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국민이 고속철도만 타고 다닐 수는 없다.

고속철 이용 늘수록 일반철도 수지 악화

역설적이지만 고속철도 이용이 확대될수록 일반철도는 수지가 악화되는 양면이 있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전 경부선은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을 버는 대표적인 흑자노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철도 노선 중에서도 3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적자노선이 되었다.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기존 호남선도 운행이 감소하면서 대폭 적자가 증가하고 있다. 태백선 영동선과 같은 산간벽지노선 운영도 열악한 상황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1조원이 넘는 일반철도 적자 중 약 30% 수준의 재정지원만 하고 있고 나머지 70%는 운영사인 코레일이 고속철도 이익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신칸센(고속철도) 개통 이후 영업환경이 열악한 지방철도를 운행하는 JR북해도 JR사국 JR구주 3사에게 1조3000억엔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 일반노선의 영업손실을 보전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1995년 '철도사업법' 개정으로 엄격하던 수급규제가 완화되어 수익성이 낮은 지방철도에 대한 폐선이 증가하자 서민들의 교통공백을 막기 위해 2007년 '지역공공교통 활성화 및 재생에 관한 법'을 제정해 지역공공교통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그리고 수십 개의 제3섹터 철도를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역할 분담을 하고 지방채 발행 특례인정, 보조금 등의 재정지원을 통해 상대적으로 교통편의가 열악한 지방의 교통이동권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일반철도의 어려움과 국민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적·제도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고속철도 건설 시에는 기존 운영노선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왔다.

국민입장에서 일반철도 정책 검토를

그러나 우리나라 철도정책은 일본과 달리 여전히 고속철도망 확대 위주로만 계획이 수립되어 일반철도 운영에 대한 종합대책이 부재한 게 현실이다. 이는 곧 운영사인 코레일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코레일은 2016년 12월 SRT 개통이후 적자로 다시 전환되어 일반철도 운영이 더욱 곤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지역민심을 이유로 올 하반기에는 전라선(수서~여수)에 SRT 운행을 추가 검토 중이라고 한다. SRT 노선 확대로 일반철도 운영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촘촘한 검토가 요구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접어들면서 일반철도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철도를 운영사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검토해 주길 바란다. 일반철도와 고속철도는 동일한 인프라를 공유하는 매개체이듯 지금부터라도 공존할 수 있는 긴 안목에서 철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을 위한 정부의 올바른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