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중장년 남성, 공공서비스 지원에 수치심 느낄 수도"

2021-09-07 12:18:00 게재

"다양하고 세심한 접근 필요해"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고독사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았던 때부터 변사자 기록을 들여다보며 고독사 연구를 지속해왔다. 올해는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법)이 시행된 원년을 맞아 11월 중 서울 지역의 고독사 위험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내놓을 계획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에게 고독사의 현황,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 올해 중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으로 안다. 고독사 위험도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고 보나.
11월에 내놓을 통계는 2020년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에 대한 통계다. 고독사 위험계층 통계는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통계적 접근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번 연구에선 서울시 장제급여 수급자와 서울시 고독사 현황보고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했다. 장제급여 수급자는 국민기초 수급자 및 서울형긴급지원 수급자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사망해 정부지원으로 시신화장비용을 지급하는 사례를 말한다.

지난 해 서울시 일반수급자 35만9244명 중 실질 1인가구로 집에서 사망한 사례는 총 967건이고, 시신이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사례는 이중 41건이었다. 서울시에서 따로 입수한 일반인 고독사 사례는 11건으로 총 52건이었다.

동일한 기준으로 낸 통계가 없기 때문에 추이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 다만 2020년은 통계청의 사망 통계 발표 이래 집에서 사망한 비율(15.6%)이 가장 높았던 해다. 그만큼 집에서 홀로 사망한 비율이 높아졌고 고독사 비율도 높아 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 실태조사 중간결과 발표를 보면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도가 높게 나온다. 이유가 뭘까.
고독사 위험층의 65.7%가 남성이었고, 이 중에서도 50~60대 남성이 전체의 62%로 가장 많았다.

중장년 남성 고독사 위험층의 주요 주거특성이 다가구 임대아파트 주택 고시원 쪽방 순으로 나타나 주거 취약 특성을 보인다. 건강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단절과 생활관리, 실패·낙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알콜중독 간경변 고혈압 심근경색 순으로 질병도 앓고 있었다.

고독사 위험계층 중장년 남성은 실직과 실패, 질병과 다양한 이유로 인해 취업이 어렵고, 경제적 문제가 반복되며 불안정한 주거, 임시적이며 취약한 주거에서 생활하다가 사망한다. 주요 사인은 병사이지만 사망에 이르는 주 질병 외에 알콜중독 간경변 당뇨 등이 건강위해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 노령층은 고독사 관련 지원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중장년층은 배제돼 있는 것 같다.
사실 중장년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경험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인적 관계망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얻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단, 중장년층 내에서도 이런 능력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고독사하는 중장년층은 이 부분에 취약한 사람들이며 이들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 고독사 위험계층은 공공 차원에서 접근하려 해도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공공의 접근도 스스로 막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 중장년 남성 1인가구의 경우 자신의 상황을 임시적인 상황으로 간주하고 방치하는 경향이 있거나, 이미 시도할 것을 다 하고 지쳐 버린 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공공 서비스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수도 있고, 공공 서비스와 제도에 진입하는 것을 수치심과 낙인감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공적 지원과 사적 지원의 정보를 수용하며 도움체계로 연결해 줄수 있도록 돕는 완충적 역할을 해주는 전달체계(공공기관이 아닌 문턱이 낮은 민간기관이나 단체, 종교기관, 정보제공 카페 등)가 필요할 수도 있다. 공적 사적지원에 대한 안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마련되어 서비스를 직접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홍보 강화 등 접근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고독사예방 사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독사 예방 사업을 보면, 이들의 거절에 더 정교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접근 창구를 만들고 있다. 중장년 위험계층이 찾을 만한 인력소개소 카페 식당 등에 상담과 사업 안내를 비치하고 1인가구 실태조사 취지의 전수조사 목적으로 방문해 고립도와 위험을 측정한다. 이런 시도가 조금씩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청년층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청년층은 서울시 1인가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인구다. 다만 연령별 1인 가구에 따른 고독사 비율은 청년이 높다고 할수 없다. 하지만 고독사 문제가 중장년과 노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청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 2016년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에선 고독사 확정 및 추정 사례 중 20대와 30대가 꽤 높은 비중(약 14%)을 차지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선 이들 연령대의 비중이 낮다. 어떤 차이인가.
이번 연구에서 고독사 위험계층에 포함된 청년층은 미미한 숫자다. 다만, 파악되지 못한 일반계층 자살 고독사의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연구는 변사자 자료를 입수하여 분석한 것이다. 경찰의 변사자 기록이 좀 더 구체화되어 청년 고독사 현황이 정확히 인지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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